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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이 코앞인데…자고나면 오르는 채소값
배추·무·대파 등 한파 직격탄
단감 33%·오징어는 69% 상승
사과·배·쇠고기는 가격 안정세


#. 지난 주말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강정연(42) 씨는 장을 보면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1~2주 전과 비교해 숫자 앞자리가 바뀐 식재료 값 때문이다. 2000원대에 구입했던 대파 한 단 가격이 3500원까지 뛰었다. 1500원이면 살 수 있었던 풋고추 한 봉지(150g)도 2000원을 훌쩍 넘었다. 아직 설이 열흘 가량 남았지만 설 차례상 장을 미리 봐두는 게 나을지 고민이 커졌다.

장기간 한파 등으로 인해 신선식품 물가가 오르면서 설 연휴를 앞둔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장기간 한파 등의 영향으로 신선식품 물가가 오르면서 설 연휴를 앞둔 소비자들의 차례상 비용 걱정이 크다. 사진은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채소 등을 고르는 모습. [연합뉴스]

5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6~7인 기준)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17만56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서울 시내 전통시장 50곳, 대형마트 10곳에서 설 수요가 많은 36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다.

가락시장 소매가격은 이보다 저렴한 16만2960원이었다. 전통시장 중에서도 강남과 서초, 구로구는 평균 20만원대로 높았고, 영등포ㆍ마포ㆍ성북구는 15만원대로 그보다 낮았다.

대형마트 성수품 구매 비용은 22만2760원으로 전통시장보다 21% 가량 비쌌다.

올해 설 차례상 비용 예상치는 전통시장 기준으로는 작년보다 2.5%, 대형마트 기준으로는 3.7%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공사가 설을 앞두고 예측한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에서 17만1193원, 대형마트에서 21만4707원이었다.

서울시농수산물식품공사의 농수산물 가격 전망에 따르면 사과는 평년보다 생산량이 많아 설 성수기에도 가격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배 물량도 넉넉해 전년보다 오히려 가격이 내려갈 전망이다. 지난 1일 공사가 집계한 ‘설 성수품 지수 및 가격 현황’에 따르면 배(신고ㆍ15㎏ 상자) 경매가는 2만6318원으로 전년가격(2만7334원) 대비 96% 수준이었다. 국내산 쇠고기 역시 올해 설 연휴가 짧은 데다 출하량이 많아 가격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제수용 과일 중 단감 값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기준 단감(부유ㆍ10㎏ 상자) 경매가는 3만1522원으로 전년가격 2만3730원보다 33% 뛰었다. 배추, 무, 대파 등도 한파 직격탄을 맞아 이미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수산물 중에선 올해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감소해 지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차례상에 오르는 건오징어(1축/20마리) 가격은 1일 기준 3만9932원으로 전년가격 2만3621원보다 69%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비축 물량이 풀려도 치솟은 가격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주 들어 또다시 한파가 찾아오면서 채소 등 수확량을 줄고 설 수요는 증가해 신선식품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통시장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국산 조기 대신 수입산 민어로 제수용품을 대체하는 식으로 비용 부담을 다소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매서운 한파가 설을 열흘 앞두고 다시 찾아오면서 과일, 채소의 배송작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한파로 인한 배송지연, 신선식품의 냉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파는 채소 등 배송에 큰 걸림돌이다.

실제 매서운 한파가 한반도를 강타했던 지난달 23~29일 온라인 식품 전문 쇼핑사이트 ‘마켓컬리’는 온갖 장비를 동원해 안전 배송에 돌입한 바 있다. 배송 트럭의 배터리가 얼어붙어 시동이 걸리지 않을 것에 대비해 ‘점프선’을 구비하고 배송기사에게는 빙판길 안전을 위한 ‘스프레이 체인’을 지급했다.

티몬은 전담 배송인 ‘슈퍼 예약 배송’의 안전을 위해 매주 차량 안전점검과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신선식품의 냉해를 방지하기 위해 냉장ㆍ냉동 칸의 온도를 실외 온도에 맞게 수시로 조절하고 있다.

쿠팡도 자체배송 시스템인 ‘로켓 배송’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채소, 과일 등 냉해에 약한 신선식품은 스티로폼 박스에 넣어 배송을 하고 특히 쉽게 얼어붙을 수 있는 이파리 채소는 기온이 급격히 내려갔을 때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김성민 티몬 물류기획실장은 “한파로 인해 배송 상황이 악화됐지만 철저한 안전점검과 교육, 상품 관리를 통해 정상적으로 배송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실제로 한파라는 특수 상황에서도 당일 배송 완료율이 99%에 가깝다”고 했다.

이혜미ㆍ박로명 기자/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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