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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영원한 2인자’ 김영남 첫 방남
-1928년생 ‘졸수’ 넘겨…김일성ㆍ김정일ㆍ김정은 3대 걸쳐 건재
-20여년간 北 명목상 국가원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맡아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고심 끝에 빼든 평창 동계올림픽 고위급대표단 단장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김영남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대표단이 제23차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 개막식에 참가하기 위하여 곧 남조선을 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전날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김영남을 단장으로 단원 3명, 지원인원 18명으로 구성된 고위급대표단을 오는 9~11일 남측에 보내겠다고 알려온 내용을 대내외에 공식 확인한 것이다.

북한은 관심을 모았던 평창 동계올림픽 고위급대표단과 관련해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보내기로 했다. 김영남이 작년 10월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러시아 자유민주당 대표단과 만난 모습. [사진=헤럴드경제DBㆍ노동신문 홈페이지]

김영남은 1928년 2월4일생으로 졸수(卒壽ㆍ90세)를 넘겼다. 공교롭게도 북한이 우리측에 고위급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4일은 그의 생일이기도 했다.

김영남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가 ‘명목상 국가수반’이다. 북한 사회주의헌법은 제117조에서 김영남이 맡고 있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대해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영남은 이번이 첫번째 남측 방문이지만 2000년 김대중 대통령,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앞서 회담을 가진 바 있다.

김정일이 6ㆍ15 공동성명서에 사인할 때 김대중 대통령에게 “북쪽에는 나라를 대표하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있으니 수표(서명)는 김 상임위원장과 하고 합의 내용은 제가 보증하는 식으로 하면 되겠습니다”고 제안했던 일화는 김영남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북한의 김영남 카드가 나름 남측을 배려한 선택이란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김영남은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과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때도 북한을 대표해 올림픽 정상외교를 펼친 바 있다.

다만 ‘명목상’이란 표현이 보여주듯이 북한 내 실권과는 거리가 멀다.

김영남은 해방 직후 중국에서 항일활동을 했던 팔로군 출신이 주름잡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소련 유학파로서 대소련 외교관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권력 핵심부에 진입했다. 그의 친동생 김두남도 인민군 대장으로 인민무력부 부부장을 지낸 명문가이기도 하다.

김영남은 이후 외무성 부상과 외교부장, 정무원 부총리 등을 역임하고 제5기부터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지냈다. 한국으로 치면 9선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셈이다.

특히 1998년 9월 출범한 제10기 최고인민회의 이후부터 19년 넘게 북한의 대외적 국가수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에 걸친 피의 숙청이 거듭되는 동안에도 2인자 위상을 꾸준히 지켜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외교와 국제부문에만 집중하고 정치와 군무와는 철저히 거리를 둔 그의 처세술에 기인한다는 평가다.

한 고위급 탈북인사는 김영남에 대해 “김일성이 벽을 가리키며 ‘저건은 문이다’라고 하면 김영남은 그 말을 믿고 기꺼이 벽을 뚫고 밖으로 나가려 할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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