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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평창 ‘북미대화’ 놓고 흔들리는 연대
-美, 우리 정부에 “北과 마주치지 않게 해달라”
-대화 낙관하던 美, 北 열병식ㆍ남북고위급 회담 결과에 돌변
-WSJ “한미, 올림픽 앞두고 이견 노출”
-文정부, 올바른 중개 위한 상호 신뢰확보해야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북한 내 서열 2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남으로 북미대화 성사에 대한 정부의 기대가 커진 가운데, 최근 미 실무진 사이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5일 미국 관계자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방한 기간 중 동선을 북측과 겹치지 않도록 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올림픽 개막식 전 리셉션 등 여러 기회를 계기로 펜스 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주치는’ 장면을 연출하지 말아달라는 의사를 우리 정부에 간접적으로 내비쳤다고도 전했다. 복수의 한미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의 북미접촉 연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최근 한미간 소통과정에서 미 실무진들의 불안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북미대화에 회의적으로 돌아선 배경엔 지난달 남북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과 북측의 열병식 준비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미관계 전문가는 당초 트럼프 행정부가 평창올림픽 계기 북미대화에 관심을 보였으나, 북한이 지난달 22일 건군절을 4월에서 2월 8일로 변경하고 열병식을 준비하면서 입장을 바꿨다고 전했다.

워싱턴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남북대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요구하는 사안에 “일단 모두 협조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지난 한달 간 남북대화를 전개하는 사이 미국의 우려를 달래고 북측의 태도변화 가능성을 신뢰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평창 계기 북미대화를 타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8일 문재인 대통령과 할 한미 정상급 협의에 앞서 7일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대북압박을 강화하고 한미일 3국간 연대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요하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천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측의 김 위원장 파견이 펜스 부통령과 격(格) 맞춘 것이라고 보고 미측에 북미접촉을 적극 권고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펜스 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주치지 않게 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는 정보와 관련 “금시초문”이라며 낙관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과의 공식 만남과 접촉은 한국 정부가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김 위원장의 방남으로 평창올림픽 외교무대에 주요 수반들이 입장하는 것 아니겠는가.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당국은 공식적으로 “한미관계는 견고하다”며 “한미는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고 있고, 남북대화 협의과정에서 의사조율을 해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비공식 채널에서 미측의 불만이 곳곳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한미 간 의사조율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복수의 당국자들을 인용해 지난 2일 문재인 정부가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을 북측에 제안하기 몇 시간 전 미측에 ‘협의’가 아닌 ‘통보’를 해왔으며, 지난 마식령 스키장 관련 제재 예외조항 적용 및 금강산 공연 관련 협의조율 과정에서도 촉박하게 협의를 진행해 미측으로부터 한미 연대를 의심하게 했다고 전했다. 앞서 본지는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미측이 남북고위급 회담 전개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일방적인 소통을 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대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화가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북측과의 신뢰를 형성하고, 미국과의 신뢰관계를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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