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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확산에도…피해자를 때리는 사회
“꼬리쳤겠지” “왜 이제와서…”
성폭력공개, 사표쓸 각오해야만…
‘인사보복’ 등 2차피해도 빈발
성희롱 관대한 사회분위기 깨야


#1. “소문이 나면 피해자만 더 괴롭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3년차 직장인 정(28ㆍ여) 씨는 40대 상사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겪고 있다. 상사는 최근까지도 밤늦게 야한 사진을 보내고 같이 잠자리를 갖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회사에 알리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성희롱 얘기가 나올 때 주변사람들이 ‘여자가 꼬리를 쳤겠지’, ‘당시에는 바로 ‘NO’라고 말 못하고 왜 이제야 말해?’라고 의심하는 모습을 봤다. 저도 똑같겠죠. 제가 뭔가를 잘못했기 때문에 성희롱을 당한다고 말할 거 아닌가. 그게 아니라고 말하는 데 힘을 빼야 하는 거다. 가해자를 처벌하기 전에 제가 지칠 것이다.”

#2. 서울 강남에 사는 김모(32ㆍ여) 씨는 성추행을 회사에 알렸지만 오히려 ‘꽃뱀’ 소리를 들었다. 그는 회식 때마다 집 가는 방향이 같다고 같이 가자는 상사에게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 상사가 기억이 안 난다고 발뺌을 하자 그는 녹음까지 하고 회사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이 사내에 알려지면서 주위에서 “왜 녹음까지 하느냐.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얘기를 들어야만 했다.

그는 “전후 사정을 다 설명했고 증거물까지 제출했는데도 가해자가 아니라고 우기면 끝이었다”며 “오히려 나는 사회생활 못하는 예민한 사람으로, 긁어 부스럼 만드는 회사의 골칫거리로 낙인 찍혔다. 성희롱보다 주위 사람들이 더 무서웠다”고 말했다.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 촉구 전국 16개 지역 동시 기자회견이 열렸다. 1일 대검찰청앞에서 100여개 여성시민단체를 중심으로 200여명의 인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법무,검찰 조직내 성폭력사건을 수사할 민간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릴 것과 법무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직장내 성폭력 전수조사, 성평등교육, 이를 폭로한 피해자에 대한 2차 불이익을 멈출것을 주장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 이후 성범죄 사건에 대해 고백하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피해자들의 폭로가 계속 나오고 있다. 

미투운동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려면 피해자들의 속사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사연은 모두 다르지만 그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비슷하다. 피해자가 더 손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직장인 최모(27ㆍ여) 씨는 회식자리에서 수시로 성적 농담을 하는 상사에게 “이러지 마세요”라고 말했다가 주변에서 “다들 가만히 있는데 왜 분위기를 망치느냐”며 핀잔을 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차마 자신이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문제제기조차 할 수 없는 권위적인 조직문화랑도 싸워야 하고 성희롱에 관대한 사회인식도 깨야 한다. 가해자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과 싸워야 했다. 결국 무기력감에 휩싸였다”고 토로했다.

인사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많다. 가해자가 인사권자이거나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경우 피해자가 원치 않는 업무를 하게 되거나 승진에서 밀리는 제2의 피해를 받는 일이 생긴다. 결국 피해자들은 업계를 떠날 각오가 아니면 성범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피해자들이 당당하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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