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소식통 “대북 레드라인, 구체화 조짐”
-“文정부, 北정권 핵동결 등 북미대화 위한 판 조성해야”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미국의 국방전문가들은 1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한적 타격, 이른바 ‘코피 전략’(Bloody Nose)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를 지낸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빅터 차 주한미국대사 내정자의 낙마는 트럼프 행정부가 코피전략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주한대사 낙마가 단순히 트럼프 행정부와의 정책 이견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낙마된 배경 중 하나로 코피전략이 꼽혔다는 정보 나오는 것 자체가 트럼프 행정부의 완고한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왼쪽) 전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 겸 우드로 윌슨 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과 프랭크 엄 전 국방장관실 선임보좌관 겸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우드로 윌슨 센터, 미국평화연구소(USIP)] |
미 국방장관실 선임보좌관을 지냈던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도 “차 석좌의 낙마가 단순한 이견 차 때문은 아니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코피전략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건 사실로 보인다”며 “지난 몇 개월 간 트럼프 행정부가 코피전략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진 바 있다. 여기에 차 석좌가 대사 낙마 직후 워싱턴포스트(WP)에 올린 기고문은 트럼프가 코피전략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코피 전략을 실제로 이행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 옵션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사항에 대한 검토는 이뤄졌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을 이행할 마지노선, 즉 ‘레드라인’에 대한 구체화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덴마크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코피 전략을 이행할 구체적인 조건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심각하게 검토됐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엄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레드라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북한의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나 태평양 상공에서의 수소폭탄 실험, 그리고 북한의 대외 핵확산 움직임 등은 군사타격의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라며 “어떤 상황이든 군사타격은 끔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제재 및 압박 전략뿐만 아니라 군사옵션에 대한 세부조건, 즉 레드라인에 대해 구체화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덴마크 국장과 엄 선임연구원은 공통적으로 북미대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덴마크 국장은 “당장 북한이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대화가 북핵문제 해결로 연결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평창올림픽 전개방향을 지켜봐야 할 것 같지만,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상할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엄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한국이 아닌 미국을 비핵화 협상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남북대화가 비핵화를 위한 협상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한국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 중재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본다. 한국 정부는 먼저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핵ㆍ미사일 동결을 조건으로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파악하고 한미동맹 차원에서 이를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는 미국이 조건없는 북미대화에 나서려면 어떤 환경이 충족돼야 하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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