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트럼프, 대화 아닌 제재 압박과 군사옵션으로 의견 좁혀”
-희미해졌던 대북(對北) 레드라인, 구체화된 듯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대북 군사옵션을 최근 구체화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워싱턴의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주한미대사 지명을 두고 백악관 면접에서 ‘코피전략’(Bloody Noseㆍ제한적 타격)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유출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대북제재 및 압박 전략뿐만 아니라 군사옵션에 대한 세부사항까지 조건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UPI연합뉴스] |
미 국방전문가들도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군사옵션의 조건 및 세부사항을 구체화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를 지낸 에이브러햄 덴마크 윌슨센터 우드로 윌슨 아시아프로그램 국장과 국방장관실 선임보좌관을 지낸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도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군사옵션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엄 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레드라인’과 관련해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거나, 태평양 상공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감행하면 군사옵션의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몇 달 간 트럼프 행정부가 ‘최대한의 압박’의 일환으로 코피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보가 제기된 만큼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떤 상황이든 한반도 내 여러 위험요인을 고려했을 때 군사타격은 매우 끔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북 군사옵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첫 국정연설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이 아주 조만간(very soon) 미국을 위협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의 압박작전을 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계기로 한 남북대화 국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북미대화에 대한 입장도 없었다. 남북대화를 북미대화로 연결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구상과는 온도 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2일(현지시간) 미국의 핵무기 사용을 쉽게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발표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초안이 유출됐지만, 미 국방부는 진위여부를 부정하고 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유출된 초안은 미국 잠수함에 장착할 저강도 핵무기 개발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 개발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화옵션을 사실상 접어두는 제스처를 보이면서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차 석좌의 낙마와 관련해 “당장 ‘코피 전략’과 관련해 많은 오해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차원에서 입장정리를 해야 한다고 본다”며 “대사 임명을 떠나 ‘코피 전략’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에 대한 담론이 거세진다면, 정부가 나서서 우리 국익에 맞는 방향으로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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