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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식령’ 넘었지만…文정부 ‘과욕’ 논란
남북 스키훈련 결국 성사
美와 사전조율 문제 노출
금강산 행사 무산 등 ‘상처’


남북이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로 합의한 남북 스키선수 공동훈련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더해 금강산 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 스키 공동훈련이라는 과욕을 부리는 바람에 오히려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마식령 스키 공동훈련에 참가하기 위한 우리 대표단 45명은 31일 오전 전세기편을 이용해 방북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대표단 45명이 항공편을 이용해 오전 10시 양양공항을 출발해 원산 갈마공항에 도착했다”며 “1박2일 체류하면서 남북 공동훈련 일정을 진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2월1일 공동훈련을 마치면 항공로를 이용해 양양공항으로 귀환한다”며 “북측 대표단이 동승해 방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이 31일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에서 북한 마식령스키장으로 훈련을 떠나기 위해 출국수속을 밟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우리 측 선수들은 방북 첫날인 31일에는 코스 답사와 자율스키를 가진 뒤 이튿날 북한 선수들과 함께 알파인 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친선경기 및 공동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북한 알파인 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와 임원들은 훈련에 참가한 뒤 우리 측 전세기편을 이용해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방북 대표단장을 이끄는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출발에 앞서 “국민들의 우려를 잘 감안하고 기대를 고려하면서 주변국들과도 긴밀히 협력하면서 잘 추진하겠다”며 “남북관계가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 이럴 때일수록 남북이 상호존중의 자세로 합의사항을 잘 이행해 추진해야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남북 마식령 공동훈련은 어렵사리 성사되긴 했지만 씁쓸한 뒷맛도 남겼다.

금강산 합동문화행사가 북한의 일방통보로 취소된데 이어 마식령 공동훈련도 전세기 운항을 놓고 미국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출발 직전만해도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문제는 미국이 작년 9월 북한에서 이ㆍ착륙한 비행기에 대해 180일간 미국 내 취항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대북제재를 단행했다는 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식령 공동훈련을 위해 갈마비행장을 오간 비행기는 미국의 제재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세기를 대여하는 업체는 31일 오전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우리 정부가 지난 17일 실무회담에서 제안하고 북한이 수용해 합의됐던 금강산 합동행사와 마식령 공동훈련이 모두 무산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정부 내 조율도 매끄럽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마식령 공동훈련 일정 공식발표가 늦어진데 대해 “항공기 운영과 관련한 남북 간 협의가 완료된 상황이지만 미국을 포함한 우리 내부적으로도 조율돼야하는 문제가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우리 정부 내 조율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과 협상에 나섰다고 토로한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라는 모처럼 찾아온 계기에 고무돼 지나친 욕심을 부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올림픽이라는 바구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답답한 상황이 연출됐다”며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단순하게 접근해도 성과가 적지 않은데 옛날 생각만 하고 욕심을 너무 많이 냈다”고 말했다. 실제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결정 이후 대형 이벤트가 잇따르면서 버거운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앞서 “언젠가 봄은 온다는 심정으로 준비했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오니 버거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양양 공동취재단ㆍ신대원 기자/shin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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