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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中 유커들의 황당한 애국주의
중국인들의 황당한 애국주의가 빚은 추태가 최근 다시 화제다.

얼마전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일어난 일이다. 상하이로 향하던 제트스타항공이 폭설로 인해 결항되면서 175명의 중국인 관광객(유커ㆍ遊客)의 발이 묶였다. 대부분의 저가 항공사는 결항이나 연착시 대처를 승객에게 맡긴다.

하지만 항공사 측과 언어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말싸움은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결국 유커 한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주일 중국대사관이 중재를 하면서 겨우 사태는 일단락됐다.

한데 당시 이 소란을 찍은 동영상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흥미로운 것은 영상 속 중국 관광객들이 항의를 하며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義勇軍進行曲)’을 불렀다는 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의용군행진곡은 군가의 변용이다. 1935년 항일전쟁 당시 만들어져 가사도 전투적이다. “일어나라. 노예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아. 우리의 피와 살로 새로운 장성을 쌓자. 적의 포화를 무릅쓰고 전진 전진...”

이 동영상이 퍼지자 중국 네티즌들조차 “그토록 애국자라면 일본에 여행은 왜 갔냐”며 “나라 망신”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 직원들마저 민족감정을 앞세워 쓸데없는 갈등을 조장할 뿐이라며 마뜩잖다는 반응을 내놨다.

만약 우리나라 관광객이 같은 상황에서 애국가를 불렀다면......생각만해도 민망하다.

한데 중국의 유커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국가를 부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 여 전 태국에서 기상악화로 비행기가 연착됐을 때도 의용군행진곡을 합창했다. 당시 마이크를 잡은 중국 젊은이는 “우리는 돈이 필요한 게 아니다. 태국이 중국인을 무시하고 있다. 존엄과 권리를 찾고 싶다. 보잉 747기를 파견해 귀국 시켜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며 승객들을 선동했다.

물론 결항은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초래한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중국인들은 왜 하필 국가를 합창할까.

과도한 애국주의 교육를 시킨 정부의 탓으로 돌려본다.

중국 정부는 1989년 천안문사태 이후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애국주의 교육에 매달려왔다. 100권의 책, 100편의 영화, 100곡의 가요를 선정해 애국주의 사상을 고취시키고 공산당 혁명 유적지를 관광하는 ‘홍색관광’ 붐을 일으켰다. 심지어 TV에서는 로맨스 드라마보다 공산당 투쟁과 역사 드라마가 주를 이룬다.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며 인터넷 검열이 강화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한 토론이나 정부에 대한 비판의 통로마저 막아 버렸다. 대중간 접촉을 통한 시민 공동체 의식을 끌어 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면 국민들은 세뇌된 바보가 될 수 밖에 없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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