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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에 유해가스성분 흡입시켜’…獨자동차업계 실험 ‘충격’
폴크스바겐ㆍ다임러ㆍBMW 지원 연구소서
차량제조사 “실험 몰랐다” 선 긋기
독일 정부 “윤리적으로 정당화 안 돼”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독일 폴크스바겐(VW)과 다임러, BMW 등 자동체 업체가 지원하는 ‘유럽 운송분야 환경보건연구그룹’(EUGT)이 ‘인간 가스실험’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독일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명목상 디젤 차량 배출가스가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려 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배출가스 조작장치를 단 차량을 이용한 데다 과학적으로 의미가 적은 실험을 위해 사람에게 유해가스를 흡입하게 한 것이어서 비판의 화살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또 해당 인체대상 실험은 EUGT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이어 의뢰한 것이어서 파문이 커지는 상황이다. 

[사진=AP]

29일(현지시간)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EUGT로부터 실험 의뢰를 받은 독일 아헨공대 연구소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연구의 목적 제한치 미만의 이산화질소(NO2) 노출이 건강한 지원자들에게 생물학적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이라며 “연구는 트럭 운전사와 차량 정비공, 용접공에게 직업 안정성을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극히 비침습적인 기술이 생물학적 반응을 끌어내는 데 사용됐다”고 강조했다. EUGT는 VW, 다임러, BMW 등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돈을 대 만든 단체로 업계의 요구 사항을 대변하고 연구소나 학자 등에게 관련 연구를 의뢰하는 역할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동차 업계는 ‘선 긋기’에 나섰다. 다임러는 성명에서 “해당 실험을 강력히 비판한다. 연구 방법론에 충격을 받았다”며 “다임러의 가치와 윤리적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의 자문위원회 위원장인 한스 디터 푀취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실험”이라면서 “자문위가 이를 조사할 것이며 책임져야 할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슈테판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인간과 원숭이를 상대로 한 이런 실험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많은 이들이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바바라 핸드릭스 환경부 장관은 “뉴스를 접하고 공포스러웠다”면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을 보면 역겨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일간 슈투트가르트차이퉁(StZ) 등의 보도에 따르면 EUGT는 아헨공대 연구소에 의뢰해 4주간 ‘건강하고 젊은 남녀’ 25명을 대상으로 1주 1회, 3시간씩 다양한 농도로 질소산화물을 흡입한 뒤 건강을 점검하는 실험을 했다. EUGT는 실험 결과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014년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민간 의학연구소인 LRRI가 EUGT의 의뢰로 기밀실에 원숭이 10마리를 가둬 놓고 하루 4시간씩 자동차 배출가스를 맡도록 하는 실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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