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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이상, 누이 옥희(정철훈 지음, 푸른역사)=천재 작가 이상이 육필로 쓴 ‘동생 옥희 보아라-세상의 오빠들도 보시오’(1937)는 이상의 매우 사적인 글이다. 애인과 함께 만주로 떠난 누이 동생 옥희에게 쓴 편지는 자신을 속이고 떠난 당돌한 누이에 회심의 미소를 짓는, 천재 이상이 아닌 오빠 김해경의 정겨운 모습이 담겨있다. 오랫동안 이상을 탐색해온 저자는 문학의 장에 갇힌 천재작가 이상을 끌어내 인간내를 느낄 수 있는 오빠이자 아들로서의 인물로 복원해낸다. 여기에는 누이인 옥희의 아들이자 이상의 조카와의 인터뷰가 바탕이 됐다.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이상 사후 남겨진 가족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도 들려준다. 누이 옥희는 해방 직후 경성으로 돌아오는데 ‘오빠 이상’이라는 제목의 회고기를 ‘현대문학’과 ‘신동아’에 각각 기고함으로써 항간에 나돌던 퇴폐주의와 문란한 사생활의 소문에 쐐기를 박는다. 저자는 이상과 옥희의 글과 동시대인이 남긴 증언과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이상의 실체에 다가간다.

완벽한 아내 만들기(웬디 무어 지음, 이진욱 옮김, 글항아리)=자신이 결혼하고 싶은 여성을 찾지 못하자 아예 완벽한 아내를 길러내겠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긴 한 남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 18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반노예제 운동가, 인기 아동도서 작가였던 토머스 데이 위계질서가 지배하던 기숙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금욕적인 생활에 자부심을 느끼며 성장한다. 그의 여성관은시대의 요구처럼 젊고 아름다우며 순수하고 남성에게 수동적인 여성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여성을 찾지 못한 그는 루소의 ‘에밀’의 영향을 받아 결국 소녀를 양육해 자신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여성으로 키워내기로 결심한다. 데이는 고아원에서 12살 사브리나와 11살 루크레티아라는 소녀를 속여서 데려와 은밀한 장소에 숨기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키워나간다. 고통을 참아야 한다며 뜨거운 왁스를 피부에 떨어뜨리고 복종을 시험하기 위해 가짜 비밀을 알려준 뒤 발설하지 말라고 하는 등 비뚤어진 교육을 시킨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웬디 무어는 실제 데이가 소녀들을 입양한 고아원의 서류와 데이의 어린 시절, 사브리나의 훗날 이야기 들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데이의 기이한 실험은 헨리 제임스 등 여러 소설가들에게 영감을 줬다.

거실의 사자(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마티)=고양이는 개와 달리 인간에게 실용적인 ‘쓸모’를 발견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오히려 인간이 헌신해야 한다. 평생 고양이와 함께 해온 저자는 문득 자신이 기르는 이기적이고 식탐 많은 고양이 치토스에게 헌신하는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진다. 미국 자연과학 잡지 ‘스미소니언’에 뱀파이어 인류학부터 맥주 고고학까지 독특한 주제의 글을 기고해온 그가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기 시작한 이유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오랜 역사를 뒤져도 고양이의 유용성은 단 하나 쥐를 잡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한 연구는 기대와 달리 쥐를 잡는 데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가 애써 찾아낸 인간이 고양이를 받아들인 납득할 만한 이유는 거부할 수 없는 귀여움. 고양이의 외모에 호감을 느끼는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동그란 얼굴, 통통한 볼, 큰 눈 등이다. 더욱이 고양이는 다 자라도 인간 아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즉 인간은 여기에서 ‘양육 본능의 오발’이라고 불리는 끌림을 느낀다는 것이다. 고양이가 집으로 들어오게 된 경위, 고양이에 열광하는 현상,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살며 겪는 어려움 등 고양이에 대한 궁금증을 위트있게 들려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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