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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강 한파 절정]“회사 밖은 위험해” 구내식당 ‘북적’…도시락족 등장도
-한파에 길거리 썰렁…배달음식 등 인기
-일부는 인근 식당 몰리자 카페로 대체
-상인들 “장마 때보다 더 심해” 울상도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 서울 종로구 직장인 이모(29) 씨는 점심시간 안 다니던 구내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점심시간마다 경복궁이나 안국역 부근까지 맛집을 찾아다니곤 하던 그는 최근엔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는 것 자체를 삼간다. 그는 “점심시간이 유일한 낙이었는데 밖에 나가면 너무 추워서 스트레스만 받고 온다”며 “언제까지 추위가 계속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6일 오전 7시 현재 서울 -17.5도로 올겨울 가장 추운 날씨다. 인천 -16.9도, 경기 동두천 -19.4도·수원 -16.7도 등 수도권은 물론 강원 철원 -25.1도, 춘천ㆍ홍천 -21.3도, 충북 제천 -21.1도 등에서도 최저기온 기록을 다시 썼다.

경기도 안양의 한 카페. 점심시간 추위를 피해 실내로 들어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진=독자제공]

계속되는 한파때문에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바깥나들이를 자제하고 있다. 이번주 내내 계속됐던 역대급 한파에 직장인들 사이에선 점심시간에 주변 맛집을 찾아 다니거나 가볍게 산책을 하는 등의 흔한 일상을 보기 힘들어졌다. 기껏해야 지하 식당가나 가까운 곳을 찾아 추위를 피하기 바빴다. 서울 강남의 금융회사 신입사원 노모(28ㆍ여) 씨는 점심시간에 지하 식당 예약하기 바쁘다. 전화를 일찍 하지 않으면 지하에 있는 식당은 대부분이 몇십 분씩 기다려야 한다. 노 씨는 “예전엔 맛과 분위기를 우선해서 예약을 했는데 이제는 최대한 이동하기 쉬운 곳으로 찾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로부터 가까운 식당에 사람이 몰리자 근처 카페에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경기도 안양의 유모(28) 씨는 동료들과 회사 인근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먹었다. 카페에는 유 씨처럼 가볍게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부서에서 배달음식을 시키는 경우도 늘었다. 서울 강남구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유모(31) 씨는 최근 일주일째 점심식사로 패스트푸드나 중국음식을 먹었다. 유 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처음에는 회사에 음식 냄새가 나고 어색했지만 나가서 고생하는 것보다 좋다. 이동시간을 줄이니 점심시간도 늘어난 기분”이라고 전했다.

도시락족도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직장인 김모(39ㆍ여) 씨는 최근 점심용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점심시간에는 꼭 밖에 나가서 점심을 사먹었지만 최근엔 도시락으로 대체했다. 유일한 낙인 점심시간이 강추위탓에 고문으로 변해버린 게 이유였다. 김 씨는 “사실 도시락이라고 해봤자 빵이랑 과일 몇 개지만 상관없다. 가까운 식당은 예약이 꽉 차 멀리까지 걸어 다녀야 한다. 이 추위에 나가는 것보다 실내가 편하다”고 말했다.

점심시간뿐만 아니라 저녁 약속도 미루는 사람들이 많다. 평소 같았으면 연초 저녁 약속으로 붐벼야 할 식당가는 예약 취소가 줄을 이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4) 씨는 “자꾸 취소 전화가 와서 이제는 전화벨만 울려도 한숨만 난다”며 “장마철에도 이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미세먼지랑 겹쳐서 그런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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