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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사 협조 신념으로 임했다”며 혐의부인한 ‘댓글수사 방해’ 검사들
-장호중 지검장ㆍ이제영 검사, 첫 공판서 혐의 전면 부인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2013년 국가정보원에 파견돼 검찰의 국정원 댓글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검사들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친정수사를 방해한 유례없는 사건에 연루된 두 검사는 이날 피고인석에 앉아 후배 검사들을 마주했다.

장호중(50) 전 부산지검장과 이제영(43) 대전고검 검사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사건 첫 공판에서 5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장 전 지검장 측 변호사는 국정원 댓글수사 당시 위장사무실을 만들고 가짜 서류를 비치하는 등 압수수색을 방해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를 인정하지 않았다.댓글 수사와 재판에 대응하기 위한 ‘현안대응 태스크포스(TF)팀’에 속해있었지만, 파견검사 신분이었기 때문에 팀 회의를 주도할 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직원들에게 댓글 사건 재판에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부인하며 “사실대로 말하면 형사처벌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위증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알려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부의 사실조회 신청에 허위 답변서를 보낸 혐의와 관련해서도 “보안성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은 수준이라 공범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장 전 지검장 측은 “검찰수사에는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매사에 임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이 검사는 법정에서 준비해온 A4용지 3장 분량의 원고를 읽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검찰 수사팀을 심리전단 사무실로 안내한 사실은 있지만 사무실이 가짜로 급조됐는지는 알지 못했다”며 “검찰 주장이 가능하려면 제가 파견 가자마자 국정원에서 제게 ‘사무실을 가짜로 만들고 서류를 급조할 것’이라 공모했어야 하는데 이는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원장과 부서장들의 비공개 회의 녹취록은 그 자체로 국가기밀이라 국정원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그만이지만 파견검사들이 양쪽을 오가며 설득한 끝에 ‘비닉’(일부 내용을 비공개 처리)해 제출하는 것으로 협의됐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지난해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다가 숨진 변창훈 검사와 정치호 변호사의 이름도 언급했다. 이 검사는 “언론에서는 제가 정 변호사와 통화하며 진술을 회유해 죽음으로 몰고갔다고 보도했지만 저는 (사건이 불거진 뒤) 단 한번도 정 변호사와 통화하거나 만난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수의(囚衣) 대신 검은 양복을 입은 두 검사는 재판 내내 검사석을 한 차례도 바라보지 않았다. 피고인석 책상에 시선을 고정했고 이따금씩 재판장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왼쪽 옷깃에는 수감자임을 나타내는 하얀 배지가 달려있었다.

함께 기소된 서천호(56) 전 국정원 2차장과 문정욱(59) 전 국익정보국장, 김진홍(57) 전 심리전단장, 고일현(56) 전 종합분석국장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장 전 지검장 등은 2013년 4월 검찰의 국정원 댓글수사 당시 위장 사무실을 만들고 가짜 자료를 둬 압수수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빈 사무실에 심리전단 활동으로 보일만한 허위 자료를 비치했고, 검찰은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깡통 자료’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정치관여와 선거개입을 지시한 내용이 담긴 21건의 녹취록 등을 국가기밀인 것처럼 내용을 비공개조치해 검찰에 제출한 혐의도 받는다. 국정원 직원들에게 댓글 사건 재판에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서 전 차장을 제외한 5명에게는 심리전단 활동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직원을 해외로 출장보내 재판 증언을 방해한 혐의도 적용됐다. 법원이 보낸 사실조회신청에 허위 답변서를 보낸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도 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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