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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오픈 4강 ‘정현 신드롬’] ‘코리안 원더보이’…세계는 놀랐고 한국은 감동했다
뛰어난 실력에 유창한 영어
당당한 태도에 국민들 매료
“테니스 배우겠다” 문의 쇄도
외신들도 “차세대 스타” 극찬

불모지에서 피어난 꽃 한송이, 그 향기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 가득하다.

‘한국테니스의 희망’ 정현(22ㆍ한국체대)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세계적인 강호를 연파하며 한국인 최초로 4강에 올랐다. 한번 더 기적을 일으킨다면 결승에도 오르게 된다. 정현에 앞서 메이저 16강에 올랐던 선배 이형택 이덕희가 있었지만, 정현의 돌풍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세계랭킹 50위권의 유망주, 차세대 스타들의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정현이기에 ‘세계정상을 노려볼 기회를 곧 갖게 될것’이라는 예상은 있었다. 하지만 정현의 라켓은 오래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그의 강하고 끈질긴 스매싱에 세계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호주오픈 6회 우승을 차지했던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도 준결승 가는 길을 비켜줘야했다. ▶관련기사 3면

[사진=EPA연합뉴스]

‘설마 설마…’하며 그의 경기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이미 ‘정현의 광팬’이 되어버렸다. 16강도 놀라웠는데, 8강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에 올랐고, 속으로는 바랬을 망정 차마 입으로 말하지는 못했던 ‘메이저 4강’도 이미 현실이 됐다.

각종 커뮤니티에선 정현의 경기와 승전보에 대한 얘기로 가득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너도나도 ‘정현 경기 봤지?’라는게 ‘별일없냐’는 인삿말보다 먼저 나오기도 한다. 포털사이트의 생중계는 300만명 이상이 지켜봤고, 동시접속자가 50만명을 넘어설 정도였다. 정현 신드롬은 실검(실시간 검색어)까지 점령했다. 8강 경기가 펼쳐진 오전 11시부터는 정현 관련 검색어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4강이 확정된 이후 ‘정현 4강’ ‘정현 상금’ ‘페더러’ 등 실검 10위 안에 8~9개가 올라왔다. 인스타그램 등 SNS는 ‘#정현’으로 평정이 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4강까지 오른 뛰어난 실력은 당연히 탄성을 자아냈다. 그에 못지 않게 사람들을 매료시킨 것은 ‘당당하고 여유있는 매너’다. 통역도 없이 유창한 영어로 코트에서 승리 인터뷰를 하는 것은 물론, 위트넘치는 답변은 인터뷰어와 로드 레이버 코트를 메운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한국 선수가 이런 인터뷰를 할 수 있었나 하는 놀라움이 이어졌다. 카메라에 사인을 하는 세리머니도 예사롭지 않았다. ‘캡틴 보고있나?’라며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 준 코치를 감동시키더니, 4강에 오른 뒤에는 ‘충 온 파이어’를 썼다. ‘정현의 기세가 타오르고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외신들도 이변의 주인공으로 지켜보다, 이제는 감탄할 만한 차세대 스타로 극찬을 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정현이 로저 페더러, 조박 조코비치 등이 떠난 후 생길 ‘카리스마 공백’을 이어줄 차기 선수”라며 “테니스가 마이너 종목인 한국에서 신문 1면을 휩쓸고 있는 정현이 일본의 니시코리 케이와 같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호주오픈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정현이 만들어낸 놀라운 성과는 한국인들에게 (테니스에 대한) 새로운 터전을 만들었다”고 평했고, 4강에 오르기까지 정현이 치른 경기들을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만들어 게시하기도 했다.

뜨거운 정현 열풍에 국내 테니스 학원가와 쇼핑몰까지 들썩이고 있다. 라켓 한번 잡아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테니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 역삼동의 한 실내 테니스 학원은 며칠 전부터 강습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테니스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다. 직장인부터 10대 자녀의 수업을 위해 묻는 학부모까지 세대 층도 다양하다. 학원 관계자는 “평소보다 전화 문의가 2배 이상 늘었다”며 “정현 선수의 활약 효과를 실제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실내 테니스 학원도 비슷한 상황이다. 겨울방학이어서 수강생이 늘어난 점도 있지만 정현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학원 측의 설명이다. 학원 관계자는 “겨울방학이 보통 성수기이지만 이번 겨울 호주 오픈 8강 전후부터 강습 문의가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테니스 관련 용품 매출도 ‘정현 열풍’에 즐거운 비명이다.

25일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일주일간 테니스화 등 경기용품의 매출이 85% 급증했다. 테니스 가방 매출도 전년 대비 36% 늘었다. 또 다른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도 비슷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정현이 8강 진출을 확정 지은 뒤인 22∼23일 G마켓에서 테니스라켓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06%나 급증했다. 테니스화의 매출은 무려 357%나 뛰었고 테니스 공은 73%, 테니스가방은 120% 각각 매출이 증가했다.

실내 스크린 테니스 ‘테니스팟’을 운영하는 뉴딘콘텐츠에 따르면 ‘정현 효과’로 이용객이 400% 증가했다. 테니스팟 시스템을 구매해 창업하고 싶다는 문의도 30% 증가했다.

2018 CES(국제 전자 제품 박람회)에도 참가한 뉴딘콘텐츠는 대한테니스협회와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뉴딘 관계자는 “창업주들의 관심에 힘입어 테니스팟 시스템 30대 한정 수량을 약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정현이 사용하고 있는 ‘요넥스’ 테니스 라켓 등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정현이 세계 랭킹 1위 출신인 노박 조코비치를 꺾은 22일부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테니스 용품업체 요넥스 측은 “해당 라켓은 29만 원짜리 제품으로 정현이 주니어 선수의 우상으로 떠오르면서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 라코스테, 오클리, 라도 등 정현과 관련된 제품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곽용운 대한테니스협회장은 “이번과 같은 쾌거는 미국이나 유럽 선수들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정현에 대한 높은 관심이 테니스에 대한 국민적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어 테니스 업계가 고무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정현 선수를 이을 ‘정현 키즈’를 양성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정·김진원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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