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장년층 이탈 두드러져
-핵 문제 변함없는 북한에 대한 청와대의 평화 메시지가 오히려 보수 결집 자극 분석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정부의 대북 정책이 숨죽여있던 ‘샤이 보수’를 자극했다. 보수 강세 지역인 대구경북에서는 정당 지지율 순위까지 대선 이전으로 원상복귀됐다.

25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는 ‘긍정’ 59.8%로 취임이후 처음으로 50%까지 내려왔다. 전주 대비해서는 6.2%포인트가 내려간 수치고, 올해 들어서는 12%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반면 ‘부정’ 여론도 올라갔다. 이번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능력에 대한 ‘부정’은 35.6%로 전주 대비 6.3%포인트가 상승했다. 취임 이후 23% 선을 머물던 부정 여론이 불과 2주사이 12%포인트 늘었다.‘평양올림픽’ 논란이 본격화된 지난 22일 60.8%였던 지지율은 청와대의 ‘평화올림픽’ 프레임이 처음 나온 23일 59.9%로 내려갔다. 문 대통령의 ‘초당적 평창 협력 요청’, ‘평창올림픽 협조 요청’ 등 강온탕을 오간 메시지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오히려 개막식 전날 예고된 북한의 열병식, 또 현송월에 대한 반감이 날이 갈수록 더해졌을 뿐이다.

지역별, 연령별로는 사실상 모든 영역에서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TK(대구경북)에서 16%이상 빠지며 39.4%까지 내려갔고, 연령별로는 40대(9.4%포인트)의 이탈이 컸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하락은 정당지지율 변화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전주 대비 2.2%포인트 하락한 반면 한국당은 2.9%포인트 오르며 리얼미터 조사 이후 처음으로 지지율 20%대에 올라섰다. 통합을 앞둔 국민의당은 7.0%, 바른정당은 6.3%로 역시 각각 1%포인트 정도의 상승세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TK(대구경북) 지역의 역전이 눈에 띈다. TK 지역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28.9%, 한국당 36.4%로 조사됐다.

민주당이 전 지역과 전 연령층에서 지지율이 빠지는 사이, 한국당은 대구경북과 40대 이상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결속한 결과다. 한국당은 22일 일간집계에서 19.6%로 상승했고, 23일에도 20.5%로 오른 데 이어, 24일에도 20.5%로 하루 전과 동률을 이어갔다.

한국당은 주중으로는 대구경북과 수도권, 60대 이상과 40대, 보수층 등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상승했는데, 특히 대구·경북(한 36.4%, 민 28.9%)에서는 민주당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한 주 사이 10.9%포인트가 빠진 반면, 한국당은 8.3%포인트가 올랐다.

이 같은 지지율 변화 추이는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지지율인 5.6%포인트 빠지며 44.7%까지 내려간 서울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3.8% 오른 19.9%를 기록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는 지난 대선과는 다른 양상의 전개가 이뤄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여론조사 응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던 지지층의 목소리가 줄어든 반면, 조사 자체를 거부했던 반대층이 뭉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여론조사결과는 성별, 지역별, 연령별로 가중치를 둬서 집계해 발표하는데 이 세 가지 항목외에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뽑았는지에 대한 가중치를 넣지 않고 발표한다”고 전했다. 그 결과 그간 여론조사에서 실제 전 국민의 30% 정도인 문재인 당시 후보 지지자들의 의견이 50% 이상 반영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 비율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만4826명에 통화를 시도해 최종 1509명이 응답을 완료, 6.1%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통계보정은 8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다.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