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이틀에 한번꼴 회견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 가도 대표작으로 예상했던 미세먼지 대책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서울시장 3선을 앞두고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자신하던 박원순<사진> 시장이 실효성에 논란이 일고 있는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 연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박 시장은 6일간 세 차례 기자회견을 주재했다. 한번은 오찬까지 갖고 미세먼지 대책 해명에 나섰지만 성과는 못 거두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예상하지 못한 암초를 만난 셈이다.
22일 다수의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일요일인 전날 박 시장이 ‘서울형 미세먼지 저감조치’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설명에 나선 상황으로 놓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시는 지난 16일과 19일에도 저감조치를 두고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이틀에 한 번꼴로 본부장급 이상이 시청 브리핑룸을 찾는 건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이후 처음이라는 게 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박 시장이 위기감을 느낀 데 따른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미세먼지 저감조치의 골자는 배출원을 줄이기 위한 선택적인 차량 2부제와 대중교통 무료화다. 문제는 지난 14일에 이어 16일, 17일 저감조치가 발령됐지만 출근길 차량 감소율은 1.8%에서 1.7%, 2.3%로 기대 이하였다는 점이다. 그 사이 대중교통 무료비로 마련한 약 250억원 예산 중 하루 약 50억원씩 약 150억원이 사용됐다.
서울시장 라이벌이 될 가능성이 높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은 이를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그간 기자회견들은 5개월이 남지 않은 6 ㆍ13 지방선거에 앞서 수식어로 따라붙기 쉬운 ‘인기영합주의’를 떼어내기 위한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세 번째도 시민 공감을 이끄는 데는 실패했다는 말이 나온다.
박 시장은 이날 미세먼지 고농도 시 대중교통 무료화에 이어 차량 의무 2부제 추진을 새 카드로 내놓았다. 매번 지적하는 중국 등 국외요인에 대한 문제 해결 노력보다 사실상 시민 목을 죄는 또 다른 규제안을 알리는 데 방점을 둔 것이다.
시민 상당수는 박 시장의 3100자 분량 발표문에 중국이란 단어가 아예 없다는 걸 언급했다. 베이징, 울란바토르 등 동북아 13개 도시와 정기 포럼을 갖고 있다는 말 뿐이다.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낮은 차량 감소율을 두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19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미세먼지 사태는)국내요인이 크다”고 밝힌 데 이어 다시 한 번 상황 반전을 노렸지만 이 또한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한편 시청 내부도 분위기가 반전되지 않는 데 대해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8일 저감조치가 내려지지 않자 관련 부서 공무원 대부분이 ‘살았다’는 마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저감조치가 또 내려지면 (대중교통 무료비로) 200억원을 쓰는 셈인데, 지금 상황에서 이를 시민이 용납할 지 모르겠다”며 “차량 의무 2부제도 대책이 될 순 있겠지만, 미세먼지가 차량에만 나오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이원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