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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 대형마트 공공에티켓] 마트 계산원이 앉아서 일하면 불쾌하십니까?
-앉아서 일하면 화내거나 툭 치는 고객들 많아
-일부 점포는 “앉아서 일하지말라”고 강제 여전
-‘의자 사용’ 법적구속력 없어…“눈치보여 못앉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카트가 ‘툭’ 검은색 의자에 부딪친다. 의자와 밀접하게 붙어있는 마트 계산원(캐셔)들의 몸도 함께 휘청인다. 이 충격은 곧 통증이 된다. 캐셔 대부분은 장시간 서서 일하기 때문이다. 이 ‘빈번한 충돌’은 몸이 고단한 계산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감정소모’로 이어진다.

<사진1> 지난 2008년 진행됐던 ‘앉을 권리’ 캠페인 이후 만 10년. 이제 매장마다 의자 지급률이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캐셔들은 ‘서서’일하고 있다. 고객들의 시선, 대형마트 관리자들의 압박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매장에서 서서 일하고 있는 한 캐셔 모습.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지난 2008년 여성계와 노동계가 함께 진행했던 ‘앉을 권리’ 캠페인 이후 벌써 10년이 지났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최소한 앉을 권리를 줘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 덕택에 대형마트 캐셔 파트에도 의자가 하나씩 비치됐다.

하지만 놓이기만 했지, 캐셔들이 의자를 사용하는 것은 아직 먼나라 이야기다. 앉아 있는 캐셔를 보는 일부 고객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이다. 계산원들이 앉아서 일을 할 경우 카트로 치거나, 화를 내고, 지폐나 카드를 던지는 경우마저 있다고 했다. 고객이 결제를 하는데 어떻게 앉아서 하냐는 것이다. 물론 캐셔들의 고통을 안타까워 하는 고객이 더 많다. 경기도 고양시의 주부 강모씨(50)는 “앉아서 계산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고 문제도 없는데 왜 의자 사용을 못하게 하나. 그걸 건방져 보인다고 불만을 표하는 고객들이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진2> 서울의 한 대형마트 매장에서 서서 일하고 있는 캐셔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전국 대형마트 3사 기준 계산원 수는 약 1만명에 달한다. 장시간 근로가 일상인 이들은 일부 고객들의 서비스직에 대한 그릇된 인식 앞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일하는 손모(42ㆍ여)씨는 의자를 쉽게 쓸 수 없다고 털어놨다. 앉아서 일하면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장시간 서서 근무하는 손씨는 이에 관절과 요추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손씨는 “근무를 하고 나면 허리가 뻐근할 정도로 쑤시는 경우가 많다”라며 “계속 서서 일하던 주위 동료는 허리가 너무 아파 6개월간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이마트 매장에 근무하는 A씨도 “앉아서 근무하면 사람들이 논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캐셔들도 무거운 짐을 옮겨가며 계산하고, 감정 노동에도 시달리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전국 대형마트 근로자 1238명을 대상으로 지난 2016년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77명(70.8%)은 요통이나 어깨 결림 등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발바닥 통증인 족저근막염을 호소하는 사람도 312명(34.4%)에 달했다. 이는 상당수가 서서 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일선 대형마트에선 관리자 차원의 압력도 존재한다고 했다. 일부 점포에서는 관리자들이 여전히 근무중 의자에 앉지 못하게 강제하고 있다. 이때문에 대형마트와 노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B씨는 “앉아서 일할 경우 관리팀장이나 고객서비스(CS) 파트장이 와서 이름을 적어간다”면서 “아직까지 대형마트 내 의식수준은 높지 않은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사진3> 계산대 구조가 낙후된 것도 문제다. 일선 대형마트의 계산대는 캐셔들의 개인 구역과 고객 동선이 겹쳐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고객들의 카트가 캐셔들을 치고 지나가는 일이 빈번하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이렇다보니 캐셔들에게 지급된 의자도 ‘흉내’ 수준인 경우가 많다. 너무 낮거나 높고, 그마저도 등받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한 대형마트 노동조합 관계자는 “앉아서 근무하라면서 등받이 없는 의자를 줘 쉴 수 없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며 “계산대도 다리를 뻗을 수 없게 디자인돼 있어, 의자에 앉으면 구부정한 상태에서 일을 하게 된다”고 했다. 다른 마트 관계자도 “대형마트 포스는 두개가 같이 붙어 있거나, 손님카트와 캐셔 공간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내 등뒤로 카트가 지나가는 데 앉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형마트 3사는 각자 다른 ‘캐셔 의자’ 정책을 펼치고 있다. 홈플러스는 캐셔들이 상시 앉아서 결제할 수 있는 구조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고객이 왔을 때는 착석 금지, 고객이 없을 때만 의자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장 80조는 사업주들이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는 규칙을 정해놓고 있다.

법적으로 사업장들은 의자를 비치해놔야 할 뿐이다. 의자를 사용 못하게 막을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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