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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의 습격…한반도가 뿌옇다
택배·배달원 등 피해 고스란히
일부시민 “마스크 불편” 미착용
어린이 외출 꺼려 놀이터 ‘텅텅’


한파가 물러난 뒤 한반도를 강타한 미세먼지로 연일 비상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주의보와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17일 하늘은 뿌옇게 흐렸고 시민들은 야외 활동을 자제했다.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선 이들은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리고 걸음을 재촉했고 미처 마스크를 준비 못 한 이들은 미세먼지가 급한대로 손으로 가리기에 바빴다. ▶관련기사 2·3면

한파에도 성황이었던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운영을 중단했고 아이들이 뛰어놀아야할 놀이터는 텅 비어 있었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마스크를 쓰지 못하고 일하는 배달원, 환경미화원 등의 고충은 배가됐다. 마땅한 해결책도 없는 상황에서 당분간 미세먼지 피해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국민들의 근심이 늘고 있다.

환경부와 서울시ㆍ인천시ㆍ경기도는 “17일 서울ㆍ인천ㆍ경기(연천ㆍ가평군ㆍ양평군 제외)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지난해 12월 30일 처음 시행된 이후 이달 15일에 이어 올들어서 벌써 두 번째다.

▶마스크는 사치?…거리노동자 이중고=거리가 일터인 사람들은 미세먼지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었다. 일반 시민들은 실내에서 공기청정기를 틀고 마스크를 쓰며 피해를 줄이려 분주하지만, 이들은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음식 배달원 최모(24) 씨는 마스크 얘기에 머리에 쓴 헬멧을 가리키며 “마스크에 헬맷까지 쓰면 입김이 서려 앞이 안 보인다”며 “어차피 계속 자동차 매연 마시면서 배달해왔는데…”라며 씁쓸해했다.

환경미화원도 일하면서 마스크를 쓰는 게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도 고양시 환경미화원 박모(64) 씨 역시 일 할 때 불편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마스크를 쓰면 입김때문에 모자에 고드름이 생겨 일에 방해가 되니 안 쓰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및 영등포구 일대에서 야외경비를 서는 의경들은 열에 아홉이 마스크 미착용 상태였다. 영등포구에서 야외 근무를 하던 한 의경은 보급받는 마스크 개수가 충분치 않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의경은 “경찰서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이 곳은 보급 받는 일회용 마스크 개수가 부족하다. 한번 쓰고 버릴 수가 없어서 썼던 마스크를 여러 번 써야 하는데 찝찝해서 안 쓰게 된다”고 말했다.

▶텅 빈 놀이터…강제 방콕 겨울방학=미세먼지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내몰았다. 지난주엔 한파, 이번주에는 미세먼지로 강제 방콕 신세다. 호흡기가 약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외출 금지령’을 내리는 학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놀이터에선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울 성북구에서 7세, 4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김소연(35 ㆍ여) 씨는 미세먼지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보면 하늘이 원망스럽다. 최근 큰 아이는 비염이 심해져 기침과 고열에 시달렸고, 작은 아이는 계속해서 기침을 했다. 김 씨는 결국 두 아이 모두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다. 김 씨는 “아이들을 밖에 못나가게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한창 뛰어 놀 아이들이 집에만 있는 것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뿐”이라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한예진(39 ㆍ여) 씨는 “지난주엔 워낙 추워서 못나가게 했는데 이번 주엔 미세먼지 때문에 못나가게 하니 아이가 울상이다. 한창 뛰어 놀고 싶을 때인데 못나가게 하는 게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미세먼지가 얼마나 무서운지 설명하면서도 세상이 왜 이렇게 변했나 싶어 씁쓸하다. 우리 어릴 때만해도 미세먼지 같은 건 생각 안하고 마음껏 놀았는데 지금은 놀이터에 내보내기 전에 날씨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속상해했다.

정세희·김유진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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