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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투자 넘어 투기로] “1~2시간만에 한달치 월급이 왔다갔다…‘존버’ 못해요”
-가상화폐 앱 알림음에 밤새 들락날락
-‘한방’쫓아 24시간 휴대폰만 만지작
-일부 회사선 ‘비트코인 금지령’까지


#. 오전 3시 알람 소리에 번쩍 눈이 떠졌다. 휴대전화에 깔아둔 가상화폐 관련 C애플리케이션(앱)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총알처럼 정신이 든 직장인 이모(28)씨는 서둘러 가상화폐 거래에 들어갔다.

이씨는 투자해놓은 가상화폐 리플(XRP)의 시간대별 단가에 맞춰서 알람을 걸어놨다. 하락장에는 코인을 팔고, 상승장에는 코인을 추가매입하기 위해서다.

가상화폐 시장에는 밤낮이 없다.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들리는 소식, 투자자들의 영향에 따라서 밤새도 가격이 쉽게 오르고 내린다.

그는 앱을 통해서 이같은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이미 수천만원을 투자한 이씨는 “사실상 전재산이 가상화폐에 들어간 상황이라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지나친 몰두는 일부 투자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많은 돈을 가상화폐에 쏟은 투자자들이 사실상 여기에 매몰된 삶을 살고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른 투자재보다 가상화폐가 투기성이 더 짙은 편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급변하는 시장 상황. 가격변동성에 제한을 두는 제도가 전무하고 밤낮의 구분도 없으니, 가상화폐 가격도 대중없이 요동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알람 앱을 설치해 가상화폐의 등락을 관리하고,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장 급변 속에서도 뚝심을 지키자는 투자자들의 용어 ‘존버(강하게 버티자)’는 언젠가부터 실행키 힘든 투자방식의 대명사가 됐다.

서울에 거주중인 영업사원 심모(31)씨도 이런 투자자들 중 하나다. 그는 하루 24시간 휴대전화를 손에서 떼지 못한다. 투자해놓은 가상화폐 비트코인(BTC)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가 활용하는 B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1800만~2400만 사이 가격으로 꾸준히 가격이 변동하고 있다. 처음 3000만원을 투자한 심씨의 계좌 속 금액도 비트코인 시세에 따라 요동친다. 1~2시간안에 심씨의 1개월치 급여도 왔다갔다 한다. ‘꿀맛’같은 이런 재미에 손을 뗄 수 없다. 심씨의 꿈은 비트코인 투자로 일제 중형차를 구입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 속에서 일부 회사는 비트코인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한 대기업 임원 A씨는 얼마전 팀원들에게 ‘가상화폐 절대 금지령’을 내렸다. 회사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절대 비트코인을 구입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A씨는“다 직원들을 위한 조치였다”면서 “지나치게 투기성이 깊어, 가상화폐 대신 삶을 더 신경쓰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선 회사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 앱을 회사에서 열지 못하게 하는 경우, 가상화폐에 대한 잡담을 금하는 경우 등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회사차원의 조치는 역부족, 정부차원의 확실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 시장이커진) 가상화폐는 무조건 거래가 죽어야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여기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막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면서 “(최근까진) 장이 올라 성공 스토리를 썼지만, 장이 폭락할 때는 사회적으로 약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의 대안으로 거래 실명제를 제시하고 있다. 실명제로 거래에 세금이 부과될 경우 수익성이 떨어져 그만큼 투자자들의 관심도 줄어들게 된다. 정부의 거래소 관리가 활발해져 자금 출처를 알 수 없는 투자에 대한 감시도 가능해진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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