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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취 승객이 택시 몰고 달아났다면 강도죄일까
-서울고법, 기사 폭행 뒤 택시 몰고 달아난 만취승객에 ‘강도’ 혐의 징역형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만취한 승객이 요금을 내지 않겠다며 기사와 다투다 택시를 몰고 달아났다면 강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강도상해와 도로교통법위반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승객 A(46)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고 16일 밝혔다. 

[사진출처=오픈애즈]

술에 취한 A씨는 지난해 5월 택시를 잡아탔다. 목적지는 택시 기본요금으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운행 내내 조용했던 A씨는 택시요금 3000원을 내라는 기사의 말에 돌연 태도를 바꿨다. 그는 “너 나한테 죽을래”라면서 운전석에 앉은 기사의 뒷목을 잡고 여러 차례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기사가 택시 밖으로 도망치자 따라나와 멱살을 잡고 쓰러뜨렸다. A씨는 쓰러진 기사를 뒤로한 채 택시를 몰고 유유히 사라졌다. 경찰에 체포된 A씨는 22분 동안 4km 남짓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의 혈중 알콜 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인 0.192%였다.

검찰은 A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도로교통법 위반 음주운전 혐의 뿐 아닌 강도상해 혐의도 적용했다. A씨가 택시비를 내지 않고 택시를 빼앗으려는 의도로 강도범행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택시기사에게 상해를 입혔다는 판단이었다. 강도상해죄가 그대로 인정된다면 A씨는 실형을 피할 수 없었다. 형법상 강도상해죄는 징역 7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판사가 직권으로 감형하더라도 징역 3년 6개월에 처해져 집행유예도 내려질 수 없다. A씨는 재판에서 “술에 취해 시비가 붙어 기사를 때렸을 뿐, 요금을 내지 않거나 택시를 빼앗으려고 강도범행을 한 것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 김정민)는 A씨의 강도 혐의와 음주운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택시기사가 경미한 타박상을 입었을 뿐이라고 보고 강도상해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강도죄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합의하는 등 정황이 있다면 최하 1년 6개월이 선고될 수 있다. 재판부는 A씨가 기사와 합의했고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택시가 피해자에게 곧 반환된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항소심의 결론도 같았지만, 원심과는 달리 A씨가 요금을 내지 않으려 했을 뿐 택시를 빼앗을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택시를 특정한 곳으로 운전해가거나 숨기려하지 않았고 22분 동안 택시를 운전하며 주위를 배회하다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됐다”며 “택시를 처분하거나 운행하는 등 자기 소유처럼 이용하려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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