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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빗썸, 사기피해 이용객 손배소 패소
법원 “고객도 보이스피싱 속아”

유명 가상화폐 거래 업체 ‘빗썸’이 이용객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휘말린 책임을 지라’는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인천지법 민사21단독 박세영 판사는 ‘빗썸’ 운영업체 비티씨코리아닷컴이 A씨를 상대로 낸 26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4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계좌이체를 했다. 수화기 너머 인물은 수사기관 관계자를 사칭하며 ‘대형 사기단의 검은 돈이 당신의 계좌에 들어있으니 수사에 협조해달라’고 했다. A씨가 계좌를 확인해보니 ‘검수’라는 명의로 2380만 원이 입금돼있었다. 그는 전화를 건 인물이 시키는 대로 계좌에 든 돈을 자신의 빗썸 가상계좌로 이체했다. 이 가상계좌 역시 2주 전 수사기관 관계자를 사칭하는 인물의 지시로 만든 것이었다. 이 돈으로 비트코인 49BTC를 사들였고 이를 되판 돈을 은행계좌로 환급받았다.

그런데 이 돈은 사실 대형 사기단의 범죄수익이 아니었다. 피해자 B씨가 보이스피싱 일당에 속아 A씨 계좌로 돈을 입금한 것이었다. 결국 A씨는 보이스피싱 일당의 ‘돈세탁’을 도운 셈이었다.

B씨가 금융회사에 피해를 신고하면서 돈세탁 창구가 된 거래소 빗썸 측이 도리어 손해를 보게 됐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지난해 7월 시행된 특별법(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 및 피해금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사기에 이용된 계좌를 관리하는 금융회사로부터 피해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A씨의 빗썸 가상계좌를 관리하는 세틀뱅크 주식회사는 B씨의 피해액을 물어주게 됐다. 세틀뱅크 측이 빗썸에 정산해야 할 돈 2600여만 원을 B씨에게 대신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세틀뱅크 측으로부터 받아야 할 2600만 원을 손해본 빗썸 측은 A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가 보이스피싱 일당과 공모했거나 적어도 범죄를 예상하면서 이를 방조했다는 게 빗썸 측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에게 거래소 측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약 11일 간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은 것은 이례적이지만, 단체와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오히려 A씨가 자신의 돈 2000여만 원을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건넨 정황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A씨가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기망당해 그들의 지시로 돈을 가상계좌에 이체했다고 보인다”며 “자신의 행위가 그들의 사기범행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고도예 기자/ye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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