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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입사원 ‘교육갑질’에 입사포기” 34%
#. 지난 가을 은행 신입사원 이모(29) 씨가 신입사원 연수 첫날 한 일은 동기 170명 이름외우기였다. 그는 대강당에 모여 새벽 2시까지 동기들 이름을 외워야만 했다. 다음날 연수담당자는 신입사원을 두 개의 조로 나눠 시험을 봤다. 신입사원 군기잡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새벽부터 강원도 산 행군을 마치자마자 임원진과의 술자리에 참여해야만 했다.

최근 한 시중은행이 신입사원 연수의 일환으로 여직원들에게 피임약을 권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신입사원 연수 중 반말과 욕설, 무리한 극기훈련 등으로 입사를 포기한 사람도 발생하고 있다.

15일 인쿠르트가 중견기업체 이상의 기업에 취직한 신입사원 4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입사원 중 기업 연수원 교육을 받고 온 후 입사를 포기하고 싶어졌거나 실제로 포기한 사람은 34%에 달했다. 입사를 포기한 이유로는 ‘나와 맞지 않을 것 같은 기업 문화를 확인했기 때문’(26%)이 가장 많았다. ‘연수 기간 내내 적응하기 힘들었기 때문’(10%), ‘원래 입사할 생각보다 기업에 대해 탐색만 해볼 생각으로 입소했기 때문’(8%) 등이 뒤를 이었다.

신입사원때 연수원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분 단위까지 꽉 채워진 빈틈없는 일정’(18%)이었다. ‘집체교육 등을 통한 지나친 단체 생활 강조’(12%), ‘이른 기상시간’(10%), ‘교육뿐 아니라 극기훈련, 야외활동, 레크리에이션 등에 참여 강제’(9%) 등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이들 중 30%는 연수원에서 ‘갑질’도 경험했다. 갑질 유형은 ▷교육 ▷기업문화 ▷음주 ▷관계적 측면 ▷기타 등 다양했다.

교육 갑질은 ‘긴 교육시간, 지나친 교육(암기) 강요, 금융상품 가입권유, 기업에 대한 맹목적 세뇌교육’ 등이 있었다. 기업문화 갑질로는 ‘조직문화 강요, 지원한 업무와 달라진 직무, 회장님 일정에 맞춘 프로그램’ 등이 꼽혔다. 관계갑질로는 ‘파벌형성, 문란한 성문화, 상사 폭언 및 이간질’ 등이 지적됐다. 기타 ‘취침전 점호 및 벌칙, 군대 같은 분위기, 반말과 욕설’ 등도 문제로 거론됐다.

지난해 은행 입사 후 몇 달 뒤 퇴사한 직장인 김모(31) 씨는 “두달 가까운 신입사원 연수 동안 휴대폰도 사용할 수 없었다. 군대를 방불케 하는 강압적인 분위기, 욕설과 반말 등 인격모독 등을 참기 힘들었다”며 “나약하다고 손가락 할지도 모르겠지만 신입사원 연수 때부터 사람 귀한 줄 모르는 회사는 앞으로 다니면서도 고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반면 신입사원 연수 중 불합리한 일을 겪어도 취업난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는 사람들도 다수였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유모(28ㆍ여) 씨는 “신입사원 연수 때 성희롱 발언을 듣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지만 취업 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그냥 참았다”고 말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취업을 위해 달려온 구직자들이 입사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연수원에서 한 차례 힘든 경험을 추가해서는 안될 일”이라며 “연수원에서의 교육과 조직문화 개선에 기업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정세희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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