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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극강한파 속 새벽 일용직 노동자들…“오늘도 허탕, 마음이 더 춥네요”

  • 기사입력 2018-01-1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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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로인력시장 영하 15도 혹한 속 노동자들 몰려

-두꺼운 패딩 등 중무장…“번번이 허탕쳐도 또 출근”

-한파에 일감도 태부족…‘中근로자 비난’ 목소리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최강 한파가 들이닥친 12일 새벽.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사거리는 오전 4시를 넘어서자 방한복을 입은 사람들로 속속들이 채워졌다. 이날 서울 아침 기온은 영하 15도까지 떨어져 올겨울 들어 한파가 절정에 달했다.

오전 4시 20분.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거리에 가장 먼저 나타난 건 김광식(69) 씨였다. 어깨에는 몸집만 한 짐을 짊어진 채 왜소한 몸을 두꺼운 패딩으로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칠순에 가까운 김 씨는 이곳에서도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한다.

김 씨는 “항상 세 시 반에 일어나 나온다. 월급쟁이로 살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받아주는 곳이 없더라. 나이 많다고 대기업에서 몇 번이나 ‘뒤로빠꾸’ 당했는데, 이곳 인력시장이 어떻게 보면 가장 차별 없고 정직한 일터”라고 말했다. 
12일 새벽 남구로 인력시장. 올겨울 최강 한파에 맞서 패딩으로 중무장한 사람들의 모습. [사진=김유진 기자]
12일 새벽 남구로 인력시장. 삼삼오오 모여 있는 중국인들의 모습. [사진=김유진 기자]
12일 새벽 남구로 인력시장. 오전 6시께까지 남아 일자리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행렬. [사진=김유진 기자]

그런 김 씨도 최근에는 일이 줄어 번번이 허탕을 쳤다. 추운 날씨만큼 인력시장도 얼어붙은 탓이다.

▶얼어붙은 인력시장…섞이지 않는 사람들= 이날 인력시장에서 사람들의 무리는 친분과 국적에 따라 나뉘었다. 중국인들은 중국인끼리, 한국인은 한국인끼리 무리를 지어 모여 있었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섞이는 일이 드물었다.

남구로역 지하철 출구 앞에는 추위를 조금이라도 피해보려는 한국인 노동자들 무리가 모여 서로의 출석을 확인했다. 이들 중에는 크고 작은 기술을 가진 인력들이 포함돼 있었다.

철근 분야 경력이 40년이라는 김종일(65ㆍ가명) 씨는 목덜미로 스며드는 바람에 진저리를 치며 목수건을 조여맸다. 오늘처럼 추운 날도 부지런히 나오셨다는 말에 김 씨는 “오늘은 사람들이 절반도 안 나온 것 같다. 우린 다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냐. 추워도 일 있으면 나올텐데 일이 줄어드니 사람도 없다. 옛날엔 이 시간에 사람들이 사거리를 가득 채울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중국인 무리에서 만난 김철수(51) 씨는 한국에 온 지 5년이 돼 한국어가 유창했다. 그는 한국어를 못 하는 동료들과 함께 일감을 찾아 나서며 통역사 역할도 하고 있다.

김 씨는 “눈 와도 비 와도 추워도 더워도 우리는 일하러 간다”며 “그렇게 쉬지 않고 일만 했는데 다음 달에 5년 만에 중국에 간다. 가족을 볼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일해야 하는 ‘워킹 실버’…“중국인 나가라” 힐난= 한쪽에선 부족한 일감을 가져가는 중국인을 향한 힐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 씨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유제룡(70) 씨는 “다 쫓아버려야 된다. 중국 사람들이 일자리를 다 가져간다”며 고성을 질렀다. 유 씨는 현장 기술을 가진 한국인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비교적 젊은 중국인 노동자들과의 경쟁에서도 치이는 신세가 한스러워 소리를 질렀다고 설명했다.

얼어붙은 일자리 시장이 유 씨의 마음마저 얼어붙게 만든 터였다. 유 씨는 일하고 싶은 가난한 노인들의 표상이었다. 통계청의 ‘2017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자 10명 중 6명(62.4%)은 일하기를 원하고 있다. OECD 평균의 4배에 가까운 지난 2016년 노인빈곤율(47.7%)은 이들이 고령의 몸을 이끌고도 일터로 나오는 이유를 말해준다.

반면 조금의 여유라도 있는 쪽에선 “중국 사람들 힘든 것도 가리지 않고 일하는 건 본받아야 한다. 일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많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만난 이정수(57ㆍ가명) 씨다. 이 씨는 고교 졸업 후부터 익힌 전문 기술 덕에 일자리 선점 전에서 뒤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인근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회사원 생활하던 노인들은 청소 같은 단순 잡일을 원하다 보니 궂은 건설 현장까지 닥치는 대로 하겠다는 중국인들이 더 쉽게 일감을 구하고 있다. 중국인들 중에는 목재 다루는 기술을 가진 이도 많다“고 했다.

오전 6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거리는 아직 일감을 얻지 못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몇몇 사람들은 추운 날씨 탓에 일찌감치 일자리 찾기를 포기하고 지하철 첫차를 타러 걸음을 옮겼다.

택시 기사 김진형(54) 씨는 혹시라도 있을 일자리를 기대하는 남은 이들을 바라보며 “저 사람들 오늘 다 공친 거예요. 이제 다 집에 가야 해요. 저 중에 며칠 동안 일 없으면 집세 못 내고 쫓겨날 사람들도 많아요. 이렇게 추운 겨울에 나앉으면 말 그대로 그냥 죽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오전 6시 30분. 기자가 탄 택시가 미끄러지듯 남구로역 사거리를 빠져나가는 동안에도 몇몇 사람들은 눈사람처럼 제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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