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미르ㆍK스포츠재단 비리’ 보고도 수수방관
-타 부처 비영리기관은 모두 공개…형평성 논란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 약 5400개 비영리법인이 관리 감독 밖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촉발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각종 비리를 겪고도 문체부는 허술한 감독 규칙을 손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문화체육관광부 및 문화재청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비영리법인이 문체부에 사업실적 및 사업계획 등을 보고해야 하는 제 7조가 삭제돼 있다. 원래는 문체부 산하 비영리법인은 주무관청에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 결산서, 당해 사업연도 말 재산목록 등을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2000년 삭제됐다. 당시 문체부는 규칙 개정 이유로 ‘법인의 자유로운 설립운영을 제한하는 규제사항을 대폭 축소함으로써 비영리법인의 설립을 활성화하고 자유로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사진=2000년 개정된 문화관광부및문화재청소관비영리법인의설립및감독에관한규칙 개정 이유. ] |
그 결과 현재 문체부 산하 비영리기관은 인사, 회계, 수익사업 등에 관한 규제가 거의 없는 상태다. 기관은 법인을 설립할 때 설립취지서, 법인 사원명부 등을 내지 않는다. 법인의 임원ㆍ이사회ㆍ재산ㆍ회계 등에 관해서도 자율에 맡겨져 있다. 수익사업을 할 경우에는 문화관광부장관 또는 문화재청장의 승인을 얻도록 하던 수익사업승인제도도 폐지됐다. 임원선임을 보고하거나 기본재산의 처분 및 자금차입의 승인 등 각종 서류 및 장부를 비치할 의무도 없다.
결국 문체부 산하 비영리기관인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이 최순실의 입맛에 맞춰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을 때에도 문체부는 이를 예방할 감독 규칙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다른 부처와 달리 문체부 산하 비영리기관만 규제 밖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노동부 산하 비영리기관인 한국이주노동재단의 안대환 이사장은 “비영리기관은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으로 엄격한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한다”며“실제 다른 부처 비영리기관은 인사, 회계, 사업실적 등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데 비영리기관이 5000개가 넘는 문체부만 관련 규칙이 없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제도에 허점이 드러났는데도 아직까지 손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016년 미르ㆍK스포츠재단이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의 출연금을 걷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당시 문체부는 관리 부실 문제로 비판을 받았었다. 문체부 담당자들이 수백억원짜리 두 재단의 설립 대표자가 재산을 전혀 출연하지 않고, 인감증명서를 허술하게 작성했는데도 초스피드로 허가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최근 문체부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해체 수순을 밟겠다고 밝혔지만, 비영리기관의 감독을 강화할 후속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문체부 산하 비영리기관 운영 비리 문제는 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4년 10월 대한의료관광협의회는 관광공사가 발주한 의료관광안내센터 운영사업을 위탁 받는 과정에서 허위제안서 의혹과 관광공사 임직원과의 유착의혹 등으로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비영리기관에게 형식적인 서류를 안 받는 것이지 관리감독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있다. 지금도 필요하면 직접 나가서 감독하기도 한다”며 “문체부에서도 문제인식을 하고 있고 개정할 것을 검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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