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반적으로 동물은 죽음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개념들, 예컨대 자아와 미래 개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 수 없고, 따라서 죽음을 두려워할 수 없다는 게 철학자들의 주장이다. 일정부분 양보해 동물이 죽음을 현실적으로 자각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죽음에 대해 성찰하진 않기 때문이다.
생명과 윤리, 개체성과 타자성, 실재와 믿음 등 철학의 주제는 다가가기 쉽지 않다. 일상에서 쓰는 언어의 오류와 모호함을 제거하고 부정하고 넘어서면서 가야하는 철학의 사유방식이 낯설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개나 고양이, 새 등과 맺는 일상적 관계로부터 자연과 생명의 경이로움을 이끌어내고 ,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다. 스토리텔링과 철학적 성찰을 뒤섞은 독특한 글쓰기를 통해 동물과 인간의 우정, 동물의 고통, 삶과 죽음의 문제, 과학이 동물에 대해 말하는 방식 등의 주제를 사려깊게 펼쳐내 철학의 문턱을 조금 수월하게 넘을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