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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노동자 해고한 대학가…“청소는 학생이 직접해”
-최저임금 인상 여파…학생들만 부담
-학생 많은 건물들만 ‘청소직원 제외’
-대학 “재정 힘들어…고통 감내 취지”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최저시급 인상으로 인한 청소노동자의 해고 여파가 대학가 학생들에게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청소노동자 구조조정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대학들은 청소 노동자가 빠진 자리를 학생들의 자체 청소로 메우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5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학교는 지난달 30일 30여명의 청소ㆍ경비 노동자를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산학협력관과 GS칼텍스관에 근무하고 있던 청소 노동자들을 백주년기념관과 공학관ㆍ과학관으로 인사발령했다.

[사진설명=연세대가 GS칼텍스관에 게시한 인사발령장]

기존 노동자가 빠진 빈 자리를 산학협력관과 GS칼텍스관의 근무자들로 채우고 이들 건물을 정규직 근무자가 없는 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연세대 총무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여기서 생긴 공백을 3~4시간 파트타임 청소 노동자와 현재 건물에서 연구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의 노동력으로 채운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 청소노동자들이 빠진 부분을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 

연세대 측은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고,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홍익대학교도 마찬가지다.
[사진설명=홍익대 인문관 D동 한 실습실 앞에 어지러진 신발들. 대학들이 최저임금 인상 후 해고한 청소노동자들의 자리를 학생들의 자체 노동력으로 채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홍익대가 작성한 용역운영 보고서에 따르면 홍익대는 올해 1월 청소용역업체를 기존 C사에서 신규업체 D사로 바꾸면서, 캠퍼스 내 30개 건물 중 곳을 용역 도급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했다. 빠진 건물은 제1강의동ㆍ인문관D동ㆍ생활관ㆍ남문관ㆍ사회교육관ㆍ미술학관(F동), 대부분이 학생의 왕래가 잦은 장소다. 인문관D동은 지하4~5층까지 밴드와 풍물 연습실이 위치한 건물이고, 미술학관도 각종 실습공간이 산적해 있다.

아직 학교측이 이들 건물 청소용역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밝히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건물을 직접 청소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철 민주노총 홍익대 담당 조직차장은 “학생단체 관계자들도 청소노동자가 빠지게 될 경우, 학생의 청소부담이 늘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건물에서 청소노동자가 빠지고 세네시간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들어오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홍익대 인문관 D동]

홍익대는 여기에 대한 수차례 해명 요구에도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대학들은 최근 재정 악화로 인한 예산 감소가 청소용역 구조를 개선하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등록금이 동결되고, 입학정원도 꾸준히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거듭 오르는 청소노동자 급여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연세대는 입학정원이 500여명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 한해 들어가는 청소 용역의 계약비만 200억원에 달해 청소노동자들의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문희 연세대 홍보팀장은 “최근 대학 재정여건이 몹시 어렵다”면서 “대학이 처한 현실 속에서 글로벌 경쟁에도 나서야 하고, 허리띠 졸라매는 심정으로 자구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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