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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가 더 추운 취준생①] “다시 시작하자” 새해 덕담조차 두렵다
-취업난 심화에 어른도 “안부 건네기 부담스러워”
-송년ㆍ신년회도 가족 대신 취준생끼리 갖기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자취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28) 씨는 아직 지방에 있는 부모님께 새해 인사를 드리지 않았다. 지난 연말 공부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휴대전화까지 없애면서 부모님께는 “당분간 연락을 드리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3년째인 공시생으로 남아있는 아들의 말에 부모님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씨는 다가오는 설연휴에도 집에 내려가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지난 연초에는 친척들이나 지인들로부터 새해 인사 문자를 받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며 “올해는 아예 휴대전화를 없애고 1차 시험이라도 합격하고 나서 집에 찾아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같은 ‘취준생’ 들에게 연초는 더 가혹하다. 안부의 의미로 보내는 새해 인사 문자조차도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친척들도 “취업을 준비하는 조카에게 되도록 연락하지 않는다”는 경우가 많다.

[사진=헤럴드경제DB]

취업 얘기는 명절이나 연초마다 반복되는 소재였다. “취업 준비는 잘 되가냐”, “ㅇㅇ는 벌써 취업했더라” 등의 인사가 새해 안부에 자주 들어갔지만, 최근에는 ‘금기’로 여겨지고 있다.

올해로 졸업 후 2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명수(27) 씨도 매년 친척들에게 전하던 신년 안부 인사를 생략했다. 지난 연말 사촌이 대기업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난 뒤에는 휴대전화도 잘 보지 않게 됐다. 김 씨는 “‘다시 시작하자. 아자 아자’ 같은 상투적인 응원 문자도 부담스러워 답장하기가 어렵다”며 “좋은 의도로 보내준 것은 알고 있지만, 받아들이는 처지에서는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추석에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언제 취업할거냐’라는 말이 명절 때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73.6%ㆍ복수응답)를 차지했다. 다른 사람의 취업 소식도 응답자의 18.8%가 듣기 싫은 말로 꼽는 등 취업 관련 얘기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덕담을 건네던 어른들도 새해 안부에 대한 부담이 커진 건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백모(60) 씨는 “간단한 응원 문자도 당사자에게는 부담될 수 있다는 아내 말에 조카들에게 별다른 안부를 묻지 않았다”며 “동생에게 조카 소식을 살짝 물어보기는 했지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취준생들끼리 신년 모임을 갖는 경우도 많아졌다. 한 인터넷 모임 중계 사이트에는 지난달 28일 ‘신년 맞이 취업 정보 공유’ 모임이 새로 등장해 순식간에 정원 30명이 모두 차기도 했다. 취준생 신년 모임이 인기를 끌면서 비슷한 다른 모임도 속속 등장했다. 김 씨도 함께 취업 준비를 하는 이른바 ‘스터디원’들에게는 연말 인사를 잊지 않았다. 김 씨는 “같은 취업준비생들끼리는 취업 얘기를 나누더라도 부담이 없어 편하게 인사를 했다”며 “오는 설에도 같은 스터디원들끼리 공부를 하며 연휴를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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