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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상선 실권주 매물에 엄습하는 증시 ‘공포’
- 약 3000만주 대량 매도
- “조선사 유상증자 봇물에 장애물”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유상증자 한지 한달이 되지 않은 현대상선의 실권주가 대규모로 시장에 풀리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조선사를 중심으로 예고된 잇따른 대규모 유상증자에도 ‘먹구름’이 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은 보유 중이던 현대상선 주식 약 3000만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했다. 매각 가격은 인수가격인 5000원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 2일 현대상선 주가는 종가기준으로 5010원을 기록했는데, 블록딜은 통상 최근 종가보다 3~5% 가량 낮춰 진행된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현대상선의 대규모 실권주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키웠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2월 중순 현대상선의 유상증자를 주관한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은 6000억원 규모 증자액 중 각각 1165억원가량의 실권주를 떠안았다. 신주 발행물량 1억2000만주 중 매각 이후 남은 4660만8075주를 두 증권사가 절반(2331만주)씩 인수한 것이다. 2331만주를 시장에선 ‘이례적인 물량’으로 평가했다. 현대상선의 지난해 월단위 평균 거래량이 2600만주라는 점에 비춰볼 때 한 증권사당 떠안은 실권주 물량이 현대상선 월간 거래량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들 물량에 대해 보호예수가 없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보호예수가 없어 두 증권사가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언제든지 시장에 물량을 내다팔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실권주를 떠안은 직후 5일 동안 27만5000주 가량을 장내 매도한 바 있다.

두 증권사의 블록딜 이후 남은 실권주 1660만주 역시 향후 장내에 지속적으로 매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상선의 실권주 인수당시 공모가는 액면가인 5000원이었다. 두 증권사가 이미 유상증자 수수료로 402억원(각각 201억원)가량의 수입을 올린 상태이기 때문에 전날처럼 주가가 5000원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매도 유인은 여전하다.


증권사들의 갑작스런 태세 전환에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전날까지도 KB증권은 “현대상선의 유상증자 주관사로서 현대상선의 기업가치 상승과 시장 안정을 위해 장기보유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당분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시장을 안심시킨 바 있다.

실권주 대량 매도 사태로 인해 올해 상반기 예고된 조선사들의 유상증자 흥행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 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을 선정해 오는 5월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1조2875억 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조선업의 부진한 시황으로 수주 시점이 지연되고 조업 물량이 줄면서 올해와 내년 적자가 4300억원, 203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현대중공업 역시 전 세계적인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불안감이 있는데 이번 매도로 증자 부담감이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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