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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최저임금 쓰나미 맞은 자영업자들의 한숨
잘하려고 노력하는 데 잘 안되는 것들이 있다. 의지나 노력, 간절함과는 상관없이 외부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될 때 말이다. 그런때는 억울함을 토로한다. 인생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게 당연지사라고 체념하지만, 그럼에도 ‘너무하다’는 심정이 들 때가 있는 법이다. 현장에서 만난 숱한 자영업자들의 얘기는 이처럼 한결 같았다. 최저임금과 관련한 심경들이다.

2018 무술년의 시작과 함께 최저임금이 올랐다. 전년대비 1060원(16.4%) 상승한 7530원, 역대 최고의 인상폭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463만여명이다. 일급으로 환산하면 8시간 기준 6만240원, 월급으로는 주 40시간 기준(주당 유급주휴 8시간 포함) 157만3770원이다.

일각에선 ‘알바생 형편이 필 것이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가정이고, 그 뒤엔 좀 더 복잡한 상황이 얽혀있다. 


새해를 맞아 동네 사장님 얘기 좀 들어봤다. 이들은 말로만 ‘사장님’이지, 실상 빚더미에 매달 세금걱정, 인건비 걱정을 끌어안고 사는 이들이 많았다. ‘그래도 시급 받는 알바보다 더 죽겠나’고 하면 할말 없겠지만 다들 발뻗고 잘 때 이 사장들은 그러지못해 보였다.

최근 집 근처 치킨집 사장과 치킨을 두고 대화를 했다. 업계 1위인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는 그는 건설회사에서 15년간 일하다 명예퇴직 후 치킨집을 열었다고 했다. 여기까진 짠할 것도 없는 ‘정석코스’다. 남들이 보면 오피스타운과 아파트가 밀집한 요지에 어마어마(1층과 지하를 합해 264㎡) 한 매장을 지닌 번듯한 사장님이었지만 그의 낯빛은 밝지 못했다.

그는 하루에 약 180마리 판매한다고 했다. 매출로만 월 1억1000만원~1억2000만원이다. 떼돈을 버는 것 같지만 12명의 직원(주방 5명, 홀 3명, 배달 4명) 인건비만 3000만원 이상, 매장 임차료 900여만원, 재료비, 각종 수수료, 자체광고비(아파트 전단지), 세금 등의 비용을 제외하면 순수익은 고작 7%에 불과하단다. 노동 강도는 가혹할 정도였다. 오전 10시부터 장사 준비, 11시30분에 매장에 출근해 새벽 2시까지 점주가 15시간 가량 꼼짝없이 매장에서 기름냄새와 함께 한다.

“앞으로 최저임금 1만원 되면 어떡해요”라고 묻자 “아유 난 장사 못해요 그럼”이라는 말이 돌아온다. 업계의 속사정을 알기 위한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결국은 사장의 처절한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본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나마 이 정도면 형편이 나은 것이다. 숱한 동네 식당과 편의점,영세 자영업자들은 지금 최저임금 인상에 떨고 있다. 직원을 정리하고 가족이 총동원되고 사장은 알바생을 자처해 장사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동네에서 10여평 규모의 스몰비어(맥줏집)을 운영하는 동네사장님도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자영업을 안해본 사람들은 모른다”며 “5년간 자영업을 했지만 시간 때우기식으로 나오는 알바생, 하루이틀 일하고 ‘잠수’타는 알바생 때문에 속앓이도 많다”며 “무작정 임금인상에 수당 챙겨달라는 식으로 나와 우리도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유통업계는 올해에 주목해야 할 핵심 이슈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 수익 악화(24.2%)’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설문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폭에 대해서는 46.5%가 ‘높은 편’, 24.8%는 ‘매우 높다’고 답해 70% 이상의 응답자가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최저임금 결정으로 업계는 비용 증가를 가장 염려했다. 응답자 가운데 28.8%는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인건비 상승분에 맞춰 상품 원가가 상승할 것(26.3%)’이라고 답변했다.

이미 현장에선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여겼던 식당과 치킨집 등에선 임시직 해고가 속출하고 있다. 아예 점포 자체를 자동화, 무인화한 편의점도 크게 늘었다. 중소기업 5곳 가운데 4곳은 올해 채용계획을 접는 등 채용절벽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소상공인 뿐 아니라 중소기업, 재계서도 6년반 만에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등 대내외적인 여건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까지 올라가면서 올해도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2020년까지 최저임금 시급 1만원 달성의 첫 단추를 꿴 인상폭이다. 규율과 제도의 적용 앞에서는 언제나 혼란과 우려가 들끓는 법이다. 폭탄(고용축소ㆍ물가상승)이 될지, 선물(소득주도 성장)이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분명한 건 자영업자들의 험로는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는 점이다.

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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