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는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대리만족을 줬다고 해서 대한민국콘텐츠대상도 수상했다. 7년간이나 방송됐는데도 자연인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 산속에 이렇게 많은 자연인들이 사는지 몰랐다.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하는 자연인에 대한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예전에는 이들은도인(道人)이나 기인(奇人) 정도로 취급했다. 말이 좋아 산속에 혼자 사는 현실도피형 인간이지,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복잡한 경쟁사회에서 자신의 로망과 욕망을 먼저 실천하는 사람으로 바라본다.
그러다 보니 자연인과 비자연인의 관계가 역전됐다. 과거에는 비자연인이 자연인을 두고 “오죽하고 저러고 살까”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연인이 비자연인에게 “뭘 그리 피곤하게 아둥바둥 살어. 자연에 순응해서 편안하게 살아봐”라고 위로한다. 그러면서 자연속에서 나는 걸 먹을 만큼만 채취해 손님인 윤택에게 대접한다.
우리는 삶을 선택해야 한다.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 산속에 사는 자연인과 지상에 사는 비자연인의 삶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자연인은 이제 꽤 괜찮은 라이프스타일이 됐다. 거기서는 휴대폰 문자에 대한 답장을 강요하지도 않고, 카톡 ‘읽씹’(읽고 씹기)에 대해 신경쓸 필요도 없다.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아도 된다. 소통 강박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나는 자연인이다’에 등장하는 자연인은 잘나가던 사업이 망했거나, 배신의 상처가 컸거나, 건강을 잃었다는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지만 자연과 동화되어 욕심 없이 살아간다. 이들은 유배지에서 어부사시사나 사미인곡을 지어 물아일체 경지를 보이지만, 사실은 왕에게 정치적인 부름을 받으려고 끊임없이 노크하는 윤선도와 정철보다 훨씬 행복한 삶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