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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약과 현실 사이…文대통령, 韓日 너머 한반도 외교 딜레마
[헤럴드경제=김상수ㆍ문재연 기자]공약을 지켜내느냐,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느냐. 한일 위안부 합의에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는 ‘한일 위안부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테스크포스(TF)’ 발표 이후 문재인 정부가 처한 딜레마다. 공약대로 합의파기나 재협상을 추진하자니 한반도 외교 전체가 흔들릴 위기이고, 이대로 넘어가자니 공약 파기 책임과 한껏 비등해진 여론이 부담이다. 청와대가 입장 표명에 신중을 거듭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지난 27일 위안부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 발표 이후 청와대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당장 입장을 내는 건 무리이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한 정도가 전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피해자 중심 접근에 충실하게 관련 단체 및 전문가 의견을 겸허히 수렴하고자 한다”면서도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도 감안해 정부 입장을 신중히 수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원론적 수준의 답변으로 일관하는 기류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 합의 무효 및 재협상 등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일단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비공개 합의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된 만큼 현 정부로선 공약을 그대로 이행하는 게 정공법이다. 관련 시민단체들도 TF 발표 직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발표된 결과와 피해자의 요구를 즉각 수용해 더는 2015 한일 합의 무효화를 미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선 공약을 이행한다는 차원에서도, 또 과거사와 관련된 한국인의 반일(反日) 정서를 감안해서도 공약을 이행하는 게 문재인 정부로선 일단 부담이 덜하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공법’을 선호하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과도 맞다.

문제는 내치와 달리 외교에선 오히려 ‘정공법’이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외교 특성 상 파장이 한반도 외교 전체에 미칠 수 있다.

당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8일 “합의는 1mm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고, 고로다로 일본 외무상은 “한국 정부가 합의를 변경하려 한다면 한일 관계가 관리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못박았다. 예상대로 일본은 TF 발표에서부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일 관계가 틀어지면 우리 정부는 우선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일본의 협조를 구하기부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올림픽 기간에 맞춘 방한을 즉답하지 않았다. 이에 우리 정부는 내년 초 문 대통령의 일본 방문 등을 계기로 아베 총리의 올림픽 방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더 큰 난관은 한미일 공조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일ㆍ북중러의 신(新)냉전체제를 강조하는 와중에 한일 관계가 흔들리면 미국의 입장도 난감해진다. 한미ㆍ미일 관계가 경쟁자 구도로 펼쳐질 수 있다. 게다가 정권교체에 따라 외교가 흔들린다는 불안감을 각국에 심어주는 것도 우리 정부로선 부담이다. 이래저래 쉽게 결정내릴 수 없는 청와대의 현실이다.

다만 청와대 안팎에선 한일 관계나 한미일 공조 체계 등을 감안, 결국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거나 재협상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드 배치에서도 유사한 절차를 밟았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현실을 인정하되, 최대한 설득 과정을 거치는 식이다. TF 활동과 결과 발표, 그리고 향후 피해자 지원책 및 전문가 간담회 등을 거쳐 이해를 구하는 시간과 절차를 거친 뒤 외교 관계에 따른 현실론에 맞춰 향후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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