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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없는 위안부 논쟁 ②누가 합의를 파기하고 있나] ‘불가역적 해결’만 퍼뜨리는 日…‘진심어린 사죄’ 본질 흐려졌다


‘한ㆍ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를 들어본 사람은 많지만, 합의전문을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한일 위안부 합의의 본질은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죄와 반성, 그리고 피해자 존엄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및 사회사업 추진에 있다. 27일 ‘한ㆍ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이하 위안부 합의 TF)가 검토한 논란의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협의노력 △한ㆍ일 간 국제사회에서의 상호비난ㆍ비판 자제 문구는 모두 합의문 1ㆍ2항인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죄표명과 예산지원, 사회사업추진 등이 이뤄진 것을 전제로 명시됐다.

▶‘위안부 합의=최종적 해결’ 프레임 친 日=합의문 전문에 따르면 한ㆍ일 양국은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와 반성표명과 이를 증명할 사업이 이뤄졌을 때에만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ㆍ불가역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런데, 이같은 합의의 본질은 발표문이 나온 직후 퇴색됐다. 합의발표 다음날인 2015년 12월 29일 일본의 5대 일간지인 요미우리ㆍ산케이ㆍ마이니치ㆍ아사히ㆍ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위안부 합의 1ㆍ2항을 반영하지 않은 채 ‘‘불가역적 해결’을 지키라’, ‘위안부 문제 해결로 한ㆍ일관계는 신시시대를 맞이했다’는 사설을 게재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반발은 보도하지 않은 채 ‘한국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의 철거를 약속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그 사이 위안부 합의의 본질을 왜곡하는 일본의 보도를 근거로 반발하는 여론의 움직임을 ‘여러 국가들이 지지를 표명한 합의를 한국이 무작정 깨려고 한다’고 주장할 근거로 사용했다. 외교당국은 “관련단체와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지, 철거를 약속하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예산에서 10억 엔이 갹출된다는 점에서 법적 배상의 성격을 갖고, 한국 정부와 어떤 사업을 추진하느냐에 대해 논의해야 하는 단계”라고 해명했지만,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는 NHK 방송에서 “일본은 우리의 의무를 실행해 10억 엔을 이미 거출했다”며 “그다음으로 한국이 제대로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발언했다. ‘10억 엔의 갹출로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ㆍ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인식을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아베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위안부) 합의 역행은 건설적이지 않다”며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논란을 ‘국가신용의 문제’로 규정해버렸다. 익명의 일본 외무성 간부는 산케이 신문에 “도덕적 우위는 우리에게 있다”고 발언했다.

▶부지피 부지기로 당하는 韓=내각총리제로 운영되는 일본 정부구조 상 일본 문부과학성이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은 순간부터 위안부 합의는 깨진 것이었다. 여론반발 여부를 막론하고 한국은 일본에 되레 ‘합의를 어긴 건 일본’이라는 주장을 했어야 했다. 위안부 합의의 본질은 일본 정부의 사죄표명과 한국재단과의 협력을 통한 피해자의 명예ㆍ존엄 회복 및 상처 치유를 위한 ‘적절한 조치’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내부에서는 합의를 놓고 피해자 의견 수렴과정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문제가 위안부 합의 본질에 대한 논의 자체는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위안부 논란의 ‘본질’을 꿰뚫지 못한 우리 학계와 언론도 한몫했다. 위안부 합의 이후 일부 교수들은 의기투합해 군 관여에 의해 위안부들이 강제적으로 동원됐음을 증명하는 문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부정하는 것은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이 아닐 뿐더러, 자료가 ‘최초’로 공개된 것이 아니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이 아닌 위안부의 ‘강제연행’을 부정하고 있다. ‘강제연행’에 대한 정의는 2007년 아베내각이 각의결정한 의회답변서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일본 정부는 강제연행을 ‘히토사라이(人拐い)’, 즉 직접적인 납치로 규정하고 취업사기ㆍ포주들에 의한 간접납치 등에 의한 위안부 모집 실태가 일본군에 의한 강제연행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가 놓친 본질은 위안부라는 강제적인 제도가 식민지배 여성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강제연행’이 아니라 제도의 ‘강제성’ 자체만으로도 일본은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조진구 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명예와 존업 회복을 위해 결국 어떤 사업을 해나갈 것이냐에 따라 합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며 “오늘날 위안부 합의 문제를 접근하는 시각은 본말이 전도된 형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연속성이라는 면에서 합의 파기 및 재협상은 사실상 어려운 점을 인지하고, TF는 어디서 본말이 전도됐는지 파악하고 일본에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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