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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리안느와 마가렛’ 가시지 않는 감동의 여운
‘다큐멘터리’ 지상파 첫 방송 ‘감사’ 이어져
‘세계 자원봉사 성지’ 작업…노벨상 여론도
두 할매 현지서 포옹 장면에 한국민 뭉클

봉사와 헌신하다 병마 얻자 떠난지 12년
한센병 환우 손으로 씻기고, 치료에 전념
모국 오스트리아 구호요청, 온정 잇따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았어요.”

나이팅게일보다 거룩한 것으로 평가되는 한센병 간호사 마리안느 스퇴거(83ㆍMarianne Stger), 마가렛 피사렉(82ㆍMargaritha pissarek)의 43년 소록도 봉사와 희생은 우주선을 쏘아올린 고흥을 휴머니즘과 사랑, 깊은 힐링으로 물들였다. [헤럴드경제 지난 3월7일자 28면 참조]

소록도 봉사를 자처해 43년간 맨손으로 한센병 환자의 상처부위를 만지고 생활을 보살피며, 단 한푼의 급여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고국 오스트리아의 기부금과 약재를 받아 이들을 마침내 완치시킨 천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성탄절인 25일 밤 KBS1 TV를 통해, 지상파 방송으로는 처음으로 방영됐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방송 직후 수많은 국민이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감동을 전했고, 그 여운은 하루가 지나도 가시지 않고 있다.

고흥군은 녹동 휴게소에 건립중인 ‘마리안느-마가렛 봉사학교’를 세계적인 자원봉사의 성지(聖地)로 만들겠는 계획을 밝혔고, 노벨평화상 후보로 올려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한센병이 유전되고 멀쩡한 사람에게 전염된다는 오해는 1962년 2월 마리안느가 오고나서야 깨졌다. 4년뒤엔 마가렛이 입도했다. 두 천사는 맨손으로 환부를 확인했고 고국 오스트리아에서 가져온 치료용 오일을 등을 통해 부은뒤 맨손으로 환우의 온몸을 만지며 청결 소독 치료에 임했다.

오스트리아 가톨릭 부인회 등의 기부로 치료제를 들여와 수천명 환우를 하나둘씩 완치시키고 정부의 감시속에서도 사랑으로 잉태한 아이들을 키워냈다. 감염 우려에 멀찍이 떨어져 한달에 한번씩 부모-자식간 상봉하던 탄식의 마당(수탄장)도 사라지고 살 부비는 가족애도 되살아났다.

소록도 최초로 아이들의 생일 잔치도 열어주고, 육지에서 새 사업을 시작하는 소록도 출신 청년에게 오스트리아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사업자금으로 대주기도 했다. 사랑이 싹트면 결혼을 시키고 어머니 처럼 축복해줬다.

풀 죽어 있던 소록도 아이들은 큰 할매(마리안느), 작은 할매(마가렛) 두 ‘영웅’을 가슴에 품고 당당한 모습을 바뀐다.

▶“한국에서 행복했다”고 말하는 마가렛 [KBS 방송화면 촬영]
▶한국에서 어린 아이를 돌보던 때의 마리안느
▶두 영웅을 얻은 어린 소록도 아이의 자신만만한 표정 [KBS 방송화면 촬영]
▶국제자원봉사 그룹 ‘다미안 재단’에 소속된 마리안느와 마가렛 [KBS 방송화면 촬영]
▶모국 오스트리아에 소록도 구호를 요청한 두 할매의 엽서 [KBS 방송화면 촬영]
위로부터

이 영화속에서 소록도 사람들은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는 생각을 두 천사와의 만남을 계기로 강한 생존의지로 바꾸었다고 고백한다.

두 간호사가 소속된 다미안 재단의 봉사활동 기간이 끝났음에도 둘은 소록도에 남았다. 43년간 봉사를 한 뒤 마리안느에게 병마가 찾아오자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2005년 11월 23일 아침 평소처럼 환우들 곁에 가서 따뜻한 우유를 따라주고 아픈데를 살피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편지가 배달된다.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 이 편지를 쓰는 것은 저에게 아주 어렵게 썼습니다. 이제는 저희들이 천막을 접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사회복지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우리는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없어도 환자들에게 잘 도와주는…(중략)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가렛 마리안느.’

그들은 끝내 자신의 병마를 숨겼다. 그리고 고국으로 돌아가 다시 파킨슨병 환우들을 돌보았다. 자신들은 남몰래 암투병, 우울증, 치매로 고생했다. 마가렛은 두 번 찾아간 영화 제작진을 알아보지 못하다가 소록도의 추억 사진을 보여주자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말한다 “행복했다”고.

▶자신들이 키우고 치유한 소록도 청춘남녀의 결혼식에 한복을 입을 두 할매 [KBS 방송화면 촬영]
▶한국을 떠나기 직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KBS 방송화면 촬영]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소록도를 떠난 직후 소록도 각 가정에 배달한 편지 [KBS 방송화면 촬영]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100리쯤 떨어진 마가렛을 찾아 길을 떠나는 마리안느 [KBS 방송화면 촬영]
▶소록도 항공사진. 어린 사슴을 닮았다 (위로부터)

큰 할매 마리안느는 끝내 영화제작진의 인터뷰를 고사했다. “내가 무슨 일을 했다고…” 14세 이후 봉사의 길로 들어선 자신의 일생에 대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지고지순의 겸양 때문이었다.

‘큰 할매’ 마리안느는 그러나 동생 마가렛 집으로 향하는 길 멀찍이서 자신의 모습을 담는 제작진의 촬영은 허락했다. 마가렛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리안느는 “기도하자”고 한다. 그리고는 함께 소록도에서 청춘을 바친, 친동생 보다 더 사랑스러운 마가렛을 꼭 껴안아주었다.

소록도는 어린 사슴을 닮았다. 아팠던 어린 사슴은 천사가 다녀간 후 건강하고 튼튼한 모습으로 그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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