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해넘이 명소, 무술년엔 ‘희망명소’로] 외로운 사랑·구국의 상징문화재가 된 팔미도 옛등대 산책로·크루즈·소원캡슐…근사한 새등대 ‘사랑길잡이’
팔미도 등대 모습.
등대지기는 외롭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등대지기는 한번 집을 떠나면 한 달에 한 번 집에 들를까 말까 였다. 등대가 꺼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뱃사람들의 길잡이가 되어 줄 등대는 큰 바다를 넓게 비출 만큼 높고 외진 곳에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기에 등대지기가 아이들을 등대 숙직실에 데려다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1년에 몇 번 집에 가보면 아이들은 훌쩍 커 있다. 등대지기는 쪽지 편지 몇 자 남기고는 아이들이 눈 뜨기 전에 임시근무자와 교대해주기 위해 서둘러 집을 떠난다.


뱃길을 밝혀주는 등대와 등대지기의 사랑은 두툼하다.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 서 있다. 등대지기는 쪽지 편지 하나에 몇달치 자식 사랑을 다 담아야하고, 해후한 부인과도 짧은 시간 꽉찬 사랑을 나눠야 한다.

몇 해전 어버이날 편지쓰기 대회에서 장원을 차지한 한 등대지기의 서른살 딸은 “어릴 적 원망도 많이 했는데, 남기신 쪽지 읽고 또 읽고, 쪽지로 전해진 사랑이 쌓이고 쌓여, 아버지의 너무도 크고 깊은 사랑, 이제 좀 알겠습니다. 제가 더 잘할께요”라고 적었다.

‘마도로스(matroos) 사랑’, 쌍고동이 울어대는 인천에는 사랑의 등대도 많다. 그 중에서 국내 최초의 등대가 선 팔미도가 대표적이다. 팔미도 등대는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8㎞ 떨어진 해발 71m 섬 정상에 서 있다. 1950년 인천상륙작전 당시, 팔미도 등대의 등대지기들이 피난을 가지 않고 등명기를 직접 손으로 돌려 위치를 알려준 헌신으로 작전 성공에 큰 공헌을 했다. 사랑과 구국의 상징, 팔미도 옛 등대는 문화재가 됐고 그 옆에 근사한 등대가 섰다. 등대지기 아버지의 야반도주 같은 슬픈 사랑이 없도록 가족과 함께 사는 기숙사도 있다.

등대역사관, 천년의 광장, 산림욕 산책로가 섬을 더욱 아름답게 치장했다. 백년 등불이기에 백년 가약 신혼부부가 촬영하러 온다.

선상 크루즈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팔미도 등대에서 바다 위 아름다운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소원캡슐 넣기와 소원풍선 날리기를 즐길 수 있는 낙조코스와 밤하늘을 수놓는 별빛과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야경코스가 있다. 선상 뷔페는 아리아 성악공연과 함께 한다. 부평 문화의거리에 설치된 팔미도 등대 자이언트 스노우볼은 팔미도 사랑과 오락이 접목된 문화공간이다. 높이 3m의 커다란 스노우볼에 들어가서 크리스마스 트리와 등대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인천관광공사 블로그(blog.naver.com/discoverincheon)에서 진행하는 선물 이벤트에 참여하면 금상첨화.

인천관광공사 관계자는 “바위섬의 절경과 해변이 예쁜 팔미도에서 감성 스토리를 만들며 연말연시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영훈기자/abc@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