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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천화재 여야 프레임 논쟁에 실질적 예방책은 '뒷전'
- 제천 스포츠센터 불법증축, 세월호 불법개조와 오버랩
- 여야 프레임 전쟁하는 사이, 실질적 예방책은 쿨쿨
- 지지율 상승 계기였던 세월호 비극, 與의 약점으로 역공할까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자유한국당이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를 세월호에 비교해 비판했다. 각종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마다 세월호가 비교 대상처럼 튀어나온다. 그때보다 잘했나, 못했나를 따지기 시작하면서 참사는 정치적으로 도구화됐다.

‘너희도 똑같다’는 거다.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절을 선언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더 두드러졌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지지율을 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세월호’란 단어가 여당이 되자, 약점으로 변한 셈이다.

한국당은 지난 25일 제천 화재 현장을 찾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세월호와 똑같다”며 “세월호 때도 TV 화면을 통해 볼 때 배는 기울어져 가는데 구명정이 가서 배 주위만 빙빙 돌았다”고 했다. 이어 “현장에 출동한 지휘관들이 판단을 잘못하면 이런 참사가 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이 사고를 세월호처럼 정쟁(政爭)에 이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지만 이미 정쟁 한가운데 올라선 셈이다.

[사진설명=25일 오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제천실내체육관을 방문, 헌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홍 대표는 “가장 먼저 해야 했을 일은 미리 소방점검을 하는 것인데 정치 보복을 하고, 정권을 잡았다고 축제하는 데 바빠 소방ㆍ재난점검을 전혀 안 했을 것”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제천 화재 참사의 원인과 책임, 대책을 철저히 짚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즉각적인 검찰 수사,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그리고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종묵 소방청장 파면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세월호 사건 당시 초기대응을 지적하며 정부에 책임을 묻던 과거가 겹친다.

초기대응 및 예방미흡은 어느 참사에나 똑같이 쓰일 수 있는 단어다. 세월호 이후 모든 사고에서 이러한 지적이 나왔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이번 제천 사고에서는 불법 증축이 문제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전 건물주는 물론 현 건물주도 추가로 작업한 부분이 있다”며 “추가 증축 부분의 위법 여부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이 조기에 불법을 잡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세월호 선박 불법개조 의혹과 궤가 같다.

내부에 갇힌 시민을 수 시간 동안 지켜만 봤다는 점도 유사하다. 사고를 접수한 시점은 21일 오후 3시 53분이지만, 이후에도 유가족은 내부 희생자들과 전화 통화를 했다. 세월호 사고 때도 연락이 꾸준히 됐지만, 희생자를 결국 구하지 못했다. 국민과 가족이 불에 타죽는 모습과 익사하는 장면을 그대로 지켜봤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 초기대응 문제도 통화할 정도로 의식이 있던 희생자를 내버려뒀다는 점에서 대두했다.

이전 사태에서도 과거 참사와 비교하는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포항 지진 때는 세월호 참사 당시 설치되지 않았던 칸막이가 조기에 설치됐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이대목동 병원 신생아 사망사고는 메르스 사태 때와 비견됐다. 비극을 이용하는 정치적 움직임이 과거 정부와 비교점을 잡는 형태로 정형화돼 일어나고 있다.

여당은 이러한 공세를 전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홍 대표와 같은 날 제천을 찾아 “누적된 관행을 고치지 못하면 후진적인 안전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적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추 대표는 “현장에 들어갈 수 있는 요원이 4명뿐이라고 한다”며 “아마도 적절한 소방 장비와 소방인력이 신속하게 투입이 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누적된 관행 탓이 언제까지 먹힐지는 미지수다. 집권 1년차엔 설득력이 있지만, 집권 중반기가 넘어가면 전 정부가 잘못했다는 비판보다, 현 정부가 바꾸지 못했다는 구호가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사고를 두고 프레임 싸움에 골몰하는 사이, 실질적 예방책은 국회서 낮잠만 자고 있다. 이번 화재사고 피해를 키운 불법주정차 행태도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지만 고칠 생각이 없다.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 정치권이 정무적 판단에 의한 비판만 계속했다. 그러다 이슈가 죽으면 신경도 같이 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권에서 문제를 예방하고 풀려고 해야 하는데, 이용만 하려니까 문제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불법주차도 국회서 관련 법이 통과되지 않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신 교수는 “어떠한 사고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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