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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없는 위안부 논쟁-①] ‘정치화’는 쉬웠지만 ‘해결’하려니…위안부TF 딜레마
-‘정치화’ 된 위안부 합의…해결책 난망
-위안부 합의, 파기해도 유지해도 ‘논란’
-외교부, 생존자 46명 중 36명 찬성했던 합의 다시 묻는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비판을 쉬웠지만 해결은 난망한 상태다. 2015년 12월 28일 발표된 한ㆍ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를 거세게 비판하던 문재인 정부가 한ㆍ일관계 복원과 역사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27일 외교부 장관 직속기구인 ‘한ㆍ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이하 위안부 합의 TF)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문제와 ‘거리두기’를 하고 나섰다.

▶위안부TF 띄우던 文정부…발표 앞두고 ‘거리두기’=위안부 합의 파기로 한ㆍ일 정상 간 셔틀외교는 물론, 관계 정상화가 어려워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하이키’(High Key)로 유지했던 위안부 문제를 ‘로우키’(Low Key) 현안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위안부 합의 TF를 야심차게 소개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최근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한 TF의 분석ㆍ평가가 곧바로 정책 건의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는 강 장관의 방일 일정을 예고할 당시 보도자료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강 장관은 TF 공식발표에 앞서 26일 TF 결과 보고서 내용을 일본 측에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태도전향은 위안부 합의의 외교적 속성 때문이다. 전임정부가 무책임한 협의를 했더라도 정부 간 약속은 일방적으로 변경하기 어렵다. 비록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라고 할지라도 위안부 합의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향후 한ㆍ일관계의 큰 파장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합의문제와 다른 한ㆍ일 외교현안을 결부시키는 ‘원트랙 전략’을 취하고 나섰다. 아사히 신문은 고노 외무상이 강 장관에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베 신조(安倍 晋三) 총리의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 방한은 어렵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일본 외교가에서는 “한ㆍ일관계의 미래는 위안부TF 결과에 따른 문재인 정부 입장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위안부 합의유지, 국내적 파장 야기할 듯=하지만 그렇다고 위안부 합의를 유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위안부 합의 발표 당시 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합의에 강력반대했다. 2015년 12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당시 대표는 “국회의 동의없이는 무효”라며 “일본의 법적 책임과 사죄, 배상을 끝까지 묻겠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과 정부 차원의 공식사과가 필요하다”며 합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강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눔의집’을 방문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이 준 나비모양의 배지를 청문회장에 달고 나오는 등 ‘위안부 문제 해결사’를 자처했다. 위안부 피해자들과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들의 지지성명은 강 장관의 장관 자격 논란을 잠재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청문회장에서 강 장관은 “최종적ㆍ불가역적이란 표현은 군사적 합의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며 “합의가 처음 나왔을 때 의아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외교부는 위안부 생존자 32명의 의견을 취합해 위안부 문제의 해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하지만 위안부 생존자들의 의견을 ‘양적’으로 수렴하면 12ㆍ28 위안부 합의 매커니즘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12ㆍ28 합의 당시 생존자 46명 가운데 36명은 합의에 찬성했다. 현재 생존자 32명 중 일본 정부가 제공한 위로금을 수령한 할머니는 24명이다. 당초 화해ㆍ치유재단 관계자들은 “위안부 피해자의 80%가 합의에 찬성했음을 감안해달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위안부 피해자들 중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과 나눔의 집에 속해 있는 할머니들도 있고 과거 아시아여성기금의 보조금을 지원받은 무궁화자매회 소속이었다가 나온 할머니들도 있다. 피해자들의 엇갈린 의견 속에서 위안부 합의TF와 외교부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합의를 파기하기도, 유지하기도 어렵고 모든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진구 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은 일본 정부가 12ㆍ28 위안부 합의 제1ㆍ2사항인 ‘사죄와 반성의 마음 표명’과 ‘위안부 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이행’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일본 정부가 단순히 10억 엔을 거출해서가 아니라, 위안부 분들의 존엄회복을 위한 구체적 사업을 이행해야지만 합의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 가능한 것”이라며 “부수적인 부분에 집착하고 있는 일본의 접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전문가는 “외교사안은 여론보다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며 “일본의 보다 진심어린 사과표명과 유의미한 사업이 진행된다면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둘러싼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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