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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땅콩회항‘ 조현아 항로변경죄 무죄 선고…집행유예 확정(종합)
-“항로는 하늘길이라는 뜻… 지상에서 회항은 항로변경 아니다”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이른바 ‘땅콩회항’ 논란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아(43) 전 대항항공 부사장에게 집행유예 형이 확정됐다. 1심과 2심 판단이 엇갈렸던 ‘항로변경죄’ 혐의는 무죄로 결론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 21일 항공보안법 위반과 강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43)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법률 문언의 의미가 명확한데도 그 뜻을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 없다”며 “법령에 쓰인 용어 정의규정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사전적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의미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당초 대법원이 형량이 높지 않은 이번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것은 공중이 아닌 육로에서 비행기를 회항하도록 한 행위가 항공보안법상 금지되는 ‘항로변경’인지에 관해 판단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었다. 항공보안법은 사람을 속이거나 위협해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해 정상 운항을 방해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실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벌금형없이 무겁게 처벌되는 범죄다.

재판부는 “다른 법률이나 실제 항공기 운항 업무에서 항로가 하늘길이라는 뜻에서 벗어난 의미로 사용된 예를 찾을 수 없다”며 “국제협약 중 어느 것도 지상의 하공기 경로를 변경하는 행위를 항공기 대상 범죄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보영, 조희대, 박상옥 등 3명의 대법관은 “지상의 항공기 경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대형 참사가 야기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안전운항을 위협하는 행위를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며 항로변경죄를 인정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12월 5일 뉴욕 JFK 공항을 출발해 우리나라로 귀국하는 대한항공 KE086 항공편 비행기에서 승무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고, 기체를 돌리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전 부사장이 견과류의 일종인 ‘마카다미아넛’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난동을 부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땅콩회항’으로 불렸고, 거센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1심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에게 항로변경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항공기 운항은 이륙과 착륙 과정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고, 따라서 ‘항로’에도 지상 이동 경로가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로변경죄를 실형에 처하도록 한 이유는 지상의 경찰력이 미치지 않는 공중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고, 지상에서는 기내 소란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적용하면 된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항로변경죄가 아닌 기장과 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적용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항공보안법상 기내 소란으로 항공업무를 방해한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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