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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發 정계개편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 지역, 이념 초월한 중도정치 꿈 이룰 수 있을까
- 의원 이탈 수가 관건…10명 이하면 일단 성공
- 호남계 ‘가볍게’ 털면 못했던 중도정치 펼 수 있어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통합 승부수를 던졌다. 호남계 중진 의원들이 떨어져 나가더라도 갈 길은 가겠다는 각오다.

호남 중진들과 몸도 마음도 이별하면 안 대표는 세력 상당 부분을 잃는다. 그러나 그만큼 자기 정치를 할 수 있는 폭은 넓어진다.

호남, 나아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이념에 묶여 있던 그가 ‘극중주의’란 철학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지역기반도 호남과 영남을 아우르게 되면서 전국 정당으로 클 수 있다. 잘 됐을 때, 이야기다.

일단 상대방인 바른정당은 환영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미래를 향한 개혁 정치를 하겠다는 통합 결단을 했다”며 “바른정당은 안 대표와 개혁세력 결단을 환영하고 이분들과 함께 미래를 향한 길을 같이 가겠다”고 했다. 교섭담당자로는 신임 원내대표로 내정된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과 정운천 의원을 세웠다.

[사진설명=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안을 제시하는 기자회견 후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설명=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하태경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하지만, 문제는 호남 중진이 실제로 떨어져 나가느냐다. 10명 내외라면 바른정당에서 수혈해올 수 있다. 바른정당에서 이탈 가능성이 그나마 있는 인물은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세연 의원을 포함한 2~3명이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은 이에 국민의당 반발 인원은 소수라고 주장한다. 정운천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출발새아침’에서 “극렬하게 반대하는 사람은 10명이다”고 했다.

국민의당 이탈이 소수거나 당내투쟁 수준에 머물게 되면 안철수식 정치는 도약할 계기를 마련한다. 호남계라는 뿌리를 털고, 자신이 원하는 중도개혁 정치를 설파할 수 있다. 안보 분야에서 지역적, 이념적으로 선택할 수 없었던 ‘우클릭’도 선택지로 생겨난다. 경제분야 기조도 최고경영자(CEO) 출신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설정할 수 있다. 호남계 중진 그늘에선 하기 어려웠던 방향이다.

지방선거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 통합파 의원들은 ‘통합시 지지율이 20%가 넘는다’고 예측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ㆍ한국당과 비슷한 수준으로 승리하면 1차 목표가 달성된다. 총선까지 세를 끌어가면 진정한 3당 정치를 할 수 있다. 안 대표가 주장해온 다당제가 완전하게 완성되는 것이다.

반면, 통합반대파는 반대파가 당내 다수이기 때문에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13명이 통합에 찬성하고, 26명이 통합 반대한다”고 했다. 전당원투표도 “법적효력이 없다”고 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항전을 이어가겠단 소리다.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어제 의원총회 참석자는 위임한 분들까지 합쳐 21~22명이다”며 “반대한 분은 1~2명이고, 안 대표 불신임안에 찬성한 분은 20명정도”라고 전했다. 통합파는 10명, 반대파는 26명을 주장한 가운데, 어제 의원총회에서 의중이 확인된 인원이 20명인 셈이다.

20명 이상이 떨어져 분리ㆍ독립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되면 안 대표 행보에 문제가 생긴다. 호남 세력 전부가 온전히 떨어져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도 혈전이 불가피하다. 영남과 호남을 아우를 수가 없다. 세력이 줄어든 가운데, 영남은 자유한국당에, 호남은 민주당에게 빼앗기면 중도정치는 오리알 신세가 된다.

두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가 앞에 있기 때문에 통합은 어떤 방식으로든 일어날 것”이라며 “다만, 호남계 반발을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따라 시너지와 영향력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안 대표가 칼을 빼든 이상 통합은 일어나겠지만, 과정에 따라 성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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