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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대한민국을 관통한 유행어] 불경기·취업난…돈은 안쓰는것 ‘그뤠잇’ 흥청망청 ‘스튜핏’
북핵·지진 도시재난 ‘각자도생’
국정농단 새 팩트 ‘이거 실화냐’
요우커 끊긴 면세점 ‘사드보복 고통’

악플러 고소 ‘기대해, 두고봐…’
유통가 함박웃음 ‘롱패딩 열풍’



가히 ‘격변’의 해다. 2017년을 돌아보면 ‘격변’‘격동’이외의 적합한 단어를 찾기 어렵다. 정치적으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 조기대선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등 격랑이 휘몰아쳤고, 밖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이 하루가 멀다하고 발사되면서 한반도 위기감이 고조돼 왔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를 놓고도 긴장의 수위는 높아갔다. ‘요우커(중국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겨 관련업계가 어려움을 겪었으며 사회적으론 페미니즘 논쟁이 본격화했다. 소비시장은 자신만의 가치와 즐거움을 찾아 소비하는 욜로족이 대세를 이룬 가운데 좋아질 줄 모르는 주머니 사정, 불확실한 미래를 스스로 대비하려는, 알뜰형 소비경향이 급부상했다.

믿을곳 없다…허리띠 졸라매고


▶스튜핏! 그뤠잇!=김숙, 송은이의 팟캐스트 코너로 시작된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탄생한 이 말은 소비의 판을 바꿀 만큼 강력했다. ‘소비는 미덕’을 외쳐온 이들에게 ‘돈이란 안쓰는 것이다’라고 단호하게외치는 김생민의 선언은 전복적이다. 한 달에 마트를 18회 방문하는 60대 주부에게 “스튜핏”이라면서, “마트는 한 달에 두 번만 가라”고 조언하는 ‘대세 짠돌이’ 김생민이 강남에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있다는 얘기는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감동마저 주고 있다. 흥청망청, 계획없는 소비에 어김없이 “스튜핏”을 날리고, 가성비가 높거나 알뜰한 소비에는 “그뤠잇”을 날리는 그를 따라 젊은 층의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난, 취업난에 좌절해 계획없이 살아가는 이들과, 빚더미에 짓눌려 출구를 못찾는 이들에게 김생민의 ‘외침’은 아프면서도 고맙다. 따끔한 질책인 동시에 다시 출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이거 실화냐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는 ‘실화’의 사전적 의미와 달리 어이없거나 믿기 어려운 상황을 두고 많이 오르내렸다. 유래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게임중계방송 아프리카 tv BJ의 입버릇에서유행을 탔다는 설과, 팟캐스트 사용자들의 장난스런 대화법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이후 KBS 개그콘서트에서 이 유행어를 이용해 ‘이거 실화냐?’란 코너가 생기고 ‘마이리틀텔레비전’ 등 공중파 예능 자막이나 광고 등에 의해 급속히 퍼졌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적폐수사로 드러난 믿기 힘든 비리와 전횡도 이런 심리적 언어를 부채질했다.

▶각자도생=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따른 국정혼란과 경기침체, 지구촌 테러의 일상 등 불안요인이 커가면서 행정력에 기대기 전에 스스로 알아서 살아남는 일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 특히 올해엔 북핵과 지진, 각종 도시재난 등으로 불안요인이 더해지면서 마침내 ‘생존배낭’까지 등장했다. 인터넷 생존배낭 주문은 1000%까지 늘었으며, 스스로 배낭을 꾸리는 법 등이 각종 매체를 통해 소개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이런 사정은 미국 등지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최근 개인들이 핵에도 안전한 지하 벙커를 설치하는 일이 늘고 있다.


▶사드보복=온 국민의 관심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조기총선에 쏠린 상황에서 유통업계의 관심은 다른 방향, 즉 중국으로 향해 있었다. 중국 정부가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와 관련해 보복을 가했고,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유통업체들이었기 때문이다. 면세점과 백화점은 요우커(중국인 관광객)가 오지 않아서, 마트업계는 중국현지 영업정지로 큰 피해를 봤다. 업체들은 한중관계 개선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문재인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유통가는 냉기가 흐른다.

페미니즘 논쟁…악플러 고소 논쟁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찡긋)=배우 유아인이 올린 이 짧은 트윗은 페미니즘 논쟁으로 확대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평소 철학적이고 사색적 내용의 트윗을 잘 올리는 유아인은 한 네티즌이 “친구로 지내라면 좀 힘들 것 같음...막 냉장고 열다가도 채소칸에 애호박 덜렁 하나 있으면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나한테 혼자라는걸 뭘까? 하고 코찡긋할 것 같음”이라고 올리자 이에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찡긋)”이라고 답하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이에 다른이들이 ‘폭력적이다’ ‘한남이다’는 비판을 쏟아냈고 유아인은 “나는 ‘페미니스트’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 ‘페미니즘’ 논쟁에 가세했다.

▶기대해=방송인 정준하가 악플러에 대한 고소 방침을 밝히며 악플에 남긴 말이다. 유재석은 ‘무한도전’에서 “(MBC의 파업으로) 무한도전이 방송되지 않는데도 유행어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기대해’와 함께 ‘두고봐’, ‘숨지마’ 등을 정준하가 만든 3대 유행어라고 했다.

정준하는 악플러를 고소하려 했던 이유는 자신에 대한 단순 비난과 조롱을 넘어 가족에 대한 희롱과 인신공격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그에 대한 악플이 가족은 거의 없고 정준하가 출연했던 예능에서 자신이 보여준 부정적인 모습들이 합쳐진 사진이나 동영상이 대부분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준하는 악플러에게 고소를 멈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각종 예능에서 ‘기대해’라는 말은 정준하를 놀려주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말로 유행어가 됐다.

먹고 즐기고 소비하고…즐기는게 남는 것

▶인생샷=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4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근 5가지 여행 트렌드를 발표하면서 ‘인생샷’을 두번째로 꼽았다. ‘Travelgram’은 여행과 인스타그램의 합성어인데, 한마디로 ‘인생샷’ 찍어 공유하기 열풍이다. 여행의 행위는 즉각적인 사진 편집으로 기록 공유됐다. 내 인생 최고의 샷(사진)은 내 인생을 빛나게 하는 장식물이라는 모토이다. 기존에는 득템한 핫플레이스의 인증샷에 그쳤다면, 이젠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보다 멋진 풍광을 찾고 멋진 포즈를 취하는 ‘인생샷’으로 진화했다. SNS 인생샤 나르기 열풍은 현대인의 스트레스 날리기이다.

▶짠내투어=1989년 해외여행 규제가 대부분 철폐되는 ‘자유화’가 시작됐다. 탐색기를 거쳐 1990년 중반부터 저비용 ‘배낭여행’족이 생겨나면서 급증한다. 배낭여행족의 원조는 사실 지금 60대들이 시작했던 ‘무전여행’이다. 1970년대 청년들이 돈 없이 국내여행을 떠나 때론 현지에서 공짜밥을 먹고 공짜 버스를 얻어타기도 했으며, 때론 돈을 벌어가며 여행했다. 2017년에는 ‘짠내 투어’족들이 배낭여행족의 바톤을 이어받았다. 발품 팔고, 밥벌이를 해가며 국내외여행을 다니는 것. 발품을 팔다보니 온 몸은 땀으로 젖어 ‘짠내’라는 이름이 붙었다. ‘둥지탈출’, ‘정글의법칙’, ‘오지의마법사’ 등 생존여행 프로그램도 ‘짠내투어’ 트렌드에 한몫했다.

▶1코노미(탕진잼, 스몰럭셔리)= 2017년들어 1인가구의 증가는 경제의 틀을 바꿔놓았다. 지난 9월 통계청의 집계결과 전국 1984만가구 가운데 1인가구 비중은 27.9%로 2015년 이후 전체 가구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인가구의 증가속에 식당과 카페는 1인용 좌석으로 급격히 대체됐다. 라면 등 패스트푸드와 1회용 포장식품의 증가는 당연한 일이다. 셀프 재충전 프로그램도 늘었다. 소소하게 탕진하는 ‘탕진잼(재미)’, ‘스몰 럭셔리’ 등 신조어가 양산됐다. 여행분야에서도 간섭 받지 않는 내 멋대로의 삶을 추구하는 혼행이 45%나 급증(하나투어)했다.

▶즉행족=내키면 즉시 1박~2박 짧게 여행하는 것을 말한다. ‘즉행족’은 여행예능, 음식예능 등에 영향을 받고 ‘여행의 일상화’라는 거대한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괜찮다 싶은 곳을 발견하면 청년은 알바로 번돈을 아낌없이 여행에 투자했고, 샐러리맨은 고달픈 스트레스를 가장 빨리 벗어던지기위해 여행을 택했다. 지불능력이 있는 4050의 즉행은 당연하고, 은퇴한 액티브 시니어들도 꽂히면 떠났다. ‘효리네민박’, ‘알쓸신잡’, ‘수요미식회’ 등 여행ㆍ먹방 예능은 즉행을 부추겼고, 즉행족의 창궐은 휴가를 여름 한때 떠나는 것이 아닌, 늘 갈 수 있는 취미여가로 일상화시켰다.


▶평창 롱패딩
=평창올림픽 덕분에 롱패딩이 재발견됐다. 2018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특수는 롱패딩에서 시작됐다. 롯데백화점이 신성통상과 협업을 통해 선보인 3만벌의 롱패딩은 가성비 좋은 구스재질 아우터로 일반 시중가 보다 저렴한 데다 디자인이 세련돼 금세 입소문을 탔다. 여기에 연예인들의 착용 사진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구매에 불을 당겼다. 백화점 매장 앞에 롱패딩을 사기 위해 전날 부터 줄을 서는 등 장사진을 이루는 진풍경이 벌어졌고 준비된 수량 부족으로 추가판매가 진행될 정도였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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