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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ㆍ이영학 때문에?'…기부 포비아 현실로
[헤럴드경제=이슈섹션] 직장인 김모(41)씨는 올해 초 국가기관에서 받은 상금 100만원을 ‘나눔’에 쓰고 싶었다.

김씨는 그러나 한동안 기부처 결정에 골머리를 앓았다.

기부하면 당연히 떠올랐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성금 유용사건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결국 ‘혹여나 하는’ 마음에 지방자치단체에 상금을 기탁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씨는 “기부금이 정말 의미 있는 데 쓰인다면 쌈짓돈이라도 내놓겠지만 이젠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자들이 성금이 목적대로 쓰이는지를 고민한다면 이는 신뢰를 잃은 공동모금회가 심각히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팍팍한 살림살이와 함께 각종 기부금 비리까지 겹치면서 세밑 나눔 문화가 급랭하고 있다.

모금함을 향한 싸늘한 시선은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20일 현재 ‘희망 2018 나눔캠페인’ 모금액은 1,236억원으로 목표액(3,994억원)의 31% 수준이다.

사랑의 온도탑은 캠페인 총 모금 목표액의 1%가 모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2015년에는 캠페인 17일째 사랑의 온도가 41.1도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18일째에 41.5도였다. 올해는 동기간 대비 30%가량 모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32.9도(현재액 162억원ㆍ목표액 492억원), 대구 41.5도(38억원ㆍ92억원), 광주 38.3도(19억원ㆍ51억원), 울산 55.1도(37억원ㆍ69억원), 충북 36.6도(24억원ㆍ66억원), 충남 36도(60억원ㆍ167억원), 전북 30.9도(23억원ㆍ74억원), 경북 30도(43억원ㆍ145억원) 등이다.

부산 28.4도(35억원ㆍ125억원), 인천 22.7도(16억원ㆍ72억원), 대전 22.7도(13억원ㆍ59억원), 경기 22.7도(71억원ㆍ316억원), 전남 24.4도(23억원ㆍ97억원), 경남21.5도(20억원ㆍ92억원), 제주 18.1도(8억원ㆍ44억원), 세종 19.2도(2억원ㆍ10억원)등 9개 광역자치단체의 온도는 30도를 밑돌았다.

특히 강원지역은 목표액 97억원 중 3억원만 모금돼 3.9도에 그쳤다.

공교롭게도 강원 영월은 이영학이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한 뒤 암매장한 곳이다.

이같이 기부 손길이 줄어든 데는 기부 관련 비리가 큰 몫을 했다고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불우아동을 위한 기부금 128억원을 유용한 ‘새희망씨앗’ 사건, 희소병 딸을 위한 기부금 12억원을 챙긴 이영학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기부 포비아(공포증)’란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올해 터진 이영학 사건 등이 영향을 미쳤지만, 길게 보면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의 성금 유용사건, 세월호 참사나 국정농단 사태 등 국가 근간을 흔든대형 사건의 여파로 우리 사회 전반이 ‘신뢰’가 줄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선 기부문화가 축소하는 현실이 안타까운데 최순실과 이영학이란 미꾸라지 두 마리가 완전히 흙탕물을 만들었다”며 “국민이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어루만지고 결국은 기부금이 제대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기부단체와 정부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기부단체는 투명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윤명숙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특징은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소시민의 소액 기부”라며 “현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같은 모금기관에 기부가 편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소규모 기부단체도 중요한 만큼 소규모 기부단체가 서민과 밀접한 복지활동을 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내가 낸 기부금이 제대로 쓰인다는 것을 보여줘야 기부 문화가 확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불신 현상에 대해 한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는 “어려운 이웃들은 손 내밀어 줄 곳 없이 현재 상황이 반복된다는 절망감에 더 큰 고통을 받는다”면서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과 사회적 연대를 당부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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