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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서 환수한 ‘강노 초상’ 직접보니…“마맛자국까지 선명ㆍ옷은 간략”
문화재청, 강노 초상 언론에 첫 공개
31만달러에 미국 경매서 낙찰
“회화적 완성도 높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얼굴은 마맛자국까지 그대로 묘사해 매우 정밀한데, 이에반해 옷은 선으로 매우 간략하게 표현했습니다. 눈은 정면, 코는 측면, 입은 정면, 귀는 측면을 그렸지만 보는 이가 어지럽지 않고,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핍진함을 살렸습니다. 윤곽선엔 얇은 보조선을 더해 음영을 표시했고 전체적으로 기품이 있어 조선시대 초상화의 미학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성철 스님, 법정 스님의 진영으로 유명한 수묵화가 김호석은 19일 언론에 공개된 ‘강노 초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림이 맑고 깨끗하고 담백하다. 회화적 완성도가 무척 높다”며 “아주 얇은 한지에 전통 초상화의 화법인 배채법(뒤에서 채색해 은은하게 배어나도록 하는 전통 기법)을 썼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매사에서 31만달러에 낙찰받아 환수한 `강노 초상`. [사진제공=문화재청]

표암 강세황(1713∼1791)의 증손자인 강노(1809∼1886)를 그린 초상화가 미국에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국립중앙박물관은 19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강노 초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국의 한 경매회사를 통해 31만달러(한화 약 3억4000만원)에 낙찰받은 강노 초상화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오면서 강세황 부친

강현(1650∼1733)부터 강세황, 강인(1729∼1791), 강이오(1788∼?), 강노까지 진주 강씨 5대 초상화가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 배기동 관장은 “우리나라 초상화 자체가 세계 미술사에서 특이한 장르”라면서 “몇 대에 걸친 초상화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우리 박물관의 세계문화유산적인 가치 면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강노 초상의 오른쪽에는 그림 정보를 적은 기록이 남아있다. 이에 따르면 강노가 70세 생일을 맞이했던 1879년 9월에 그려졌다. 작품속의 인물은 동물가죽을 두른 의자에 앉았는데, 이같은 도상은 19세기 초상화중에선 매우 드문편이라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김울림 국립중앙박물관 연구관은 “흥선대원군과 풍파를 헤쳐나간 노 정치가의 관록을 느낄 수 있다”라면서 “조선 초상화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는 ‘전신사조’에 성공한 경지”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작품을 그린 작가가 누구인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작품 환수과정도 공개됐다. 문화재청은 지난 10월 미국 조지아주 서버너의 에버러드 경매 감정소에 강노초상이 출품된 사실을 파악하고, 이후 평가위원회와 긴급매입심의위원회를 열어 진품임을 확인한 뒤 작품을 낙찰받아 지난 8일 국내로 들여왔다. 강노 초상의 소장자는 서버너에 사는 미국인으로 1년 반 전에 뉴욕에서 한 가톨릭 교회의 자산처분을 위해 내놓은 것을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회는 강노초상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는데, 그림이 국내에서 어떤 경위로 미국으로 건너갔는지에 대해서는 규명되지 않았다.

진주 강씨 5대를 그린 초상화 가운데 강현, 강세황, 강이오 초상은 보물로 지정됐다. 강인 초상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9월 서울옥션을 통해 구매했다. 이들 5대의 초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획전은 내년 8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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