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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이대목동병원 가보니] “불안하지만 옮길 수도 없고”…중환자 가족들 한숨
-병원 대기실 TV 뉴스 지켜보며 ‘무거운 분위기’
-“감염 등 소식에 불안…더이상 영향 없었으면…”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이리 와야지. 지지! 그거 만지지 말고”.

신생아 4명이 중환자실에서 같은 날 갑작스레 사망한 서울 이대목동병원. 18일 이대목동병원에서 만난 이모(32ㆍ여) 씨는 마스크 쓴 아이 손을 꼭 붙잡았다. 7세 아이는 아픈 곳 없이 건강했지만, 행여 병문안 목적으로 방문한 병원에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까 조마조마해서다. 이 씨는 “신생아 중환자실 쪽은 가지도 않았지만, 사망 소식에 조금 불안한 마음이다. 균이 있을 수도 있으니 빨리 손도 씻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이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아 4명이 오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 사이 동시다발적으로 심정지가 발생해 사망했다. 사망 원인으로 병원 내 감염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는 11층 복도는 사고 이후 엄격한 통제에 들어갔다. 

[사진=신생아중환자실이 있는 층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이대목동병원.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이날 오후 병원 대기실에 틀어놓은 TV에서는 해당 병원에서 사망한 환아들의 소식이 잇따라 방영되고 있었다. 감염 가능성 및 병원 측 과실 여부를 논하는 보도가 이어지자 환자 보호자들은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내가 일반 병동에서 입원치료 중인 이윤범(70) 씨는 “수술 날짜를 오래전부터 기다리다 충남 서산에서 올라왔다. 소식을 알고도 (불안하지만) 수술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어깨 수술을 받은 65세 아내도 걱정이지만 80대 고령 환자나 아기들은 이보다 더 걱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사진=이대목동병원 환자 가족 대기실에 방송되는 신생아 사망 보도.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중환자 가족 대기실의 분위기는 더욱 무거웠다. 신생아 사망 관련 보도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초조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환자의 회복을 기다리던 가족들은 뉴스를 보며 깊은 침묵에 휩싸였다.

중환자인 어머니의 회복을 기다리던 아들 이모(31) 씨는 “아이를 잃은 부모님과 가족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힘드시겠냐”며 “그렇지만 미리 수술 예약을 다잡아놔서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상황이다. 중환자로 지금 막 수술을 받으셨는데 불안해도 어쩌겠나. 아기들을 아프게 한 원인이 부모님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었으면 좋겠다. 제발 잘 회복되시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초조하고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대목동병원을 오랫동안 이용해 온 환자들 역시 불안한 건 마찬가지였다. 해당 병원을 10년 넘게 통원중인 항암치료 환자 김모(67ㆍ여) 씨는 “어린아이 넷이 한꺼번에 그랬다고 하니까 보통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전부터 의료 과실이 있었다고는 들어서 불안하긴 했지만, 오랫동안 진료받아 온 병원을 바꾸기가 어디 쉽나”라며 “감염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위생 관리 부분에 더 신경 써서 불안하지 않게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병원을 나섰다. 

[사진=이대목동병원에 비치된 홍보물. 지난 8월 감염환자 예방을 위해 입원환자 면회 시스템을 교체했다는 내용.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한편 이날 오후 병원 측 과실에 힘을 싣는 조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해당 병원을 이용해야만 하는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은 쉽게 가시기 어렵게 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오후 사망한 신생아 3명이 사망 당일 시행했던 혈액배양검사에서 그람음성균에 속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 균은 신생아의 경우 장관에 잘 서식하며 병원에서는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이 잘 발생한다. 주로 의료 관련 감염으로 전파되며. 의료진의 손을 통해 감염이 발생했던 사례도 이전에 보고된 바 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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