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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 아트파워 김선정의 ‘Do It!’ 스토리
광주비엔날레 첫 대표 겸 총괄큐레이터
“11명의 큐레이터가 전시 준비하면 내 책임은 최종편집·예산확보 지원”


13인치 노트북 커버엔 ‘Do It!’이라는 스티커가 붙었다. ‘(잔말 말고) 그냥 해!’ 혹은 ‘(딴 생각 말고) 일이나 하자!’, ‘(지금 당장)일하자!’로 해석될만 하다. 김선정(52) 광주비엔날레 재단 대표 겸 총괄큐레이터의 지금 현재상황을 말해주는 듯 해 살풋 웃음이 났다.

대한민국 아트파워 1위, 김선정 대표를 최근 광주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세계적 권위의 미술 매체 ‘아트리뷰’가 2014년 발표한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에도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이래 매년 단골로 거론되는 한국 기획자다. 올해도 79위에 올랐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딸인 그는 재벌가 출신이면서 국내외 미술계 막강한 네트워크를 가진 ‘파워맨’으로 꼽힌다. 서도호, 최정화, 김성환, 윤석남, 양혜규, 이동기, 고낙범, 공성훈 등을 국내외 유명작가로 키워내면서 본인도 성장했다. 

대한민국 아트파워 1위 김선정 대표를 만났다. 김대표는 지난 7월부터 광주비엔날레 재단 대표이사 겸 총괄큐레이터를 맡았다. [제공=광주비엔날레재단]

그는 이전 사무국장이 쓰던 사무실을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소탈하다’는 평가를 받는 김 대표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지점이다. “대표실을 제가 쓰기가 그래서…그리고 사무국장실이 편합니다”는 그는 지난 7월 광주비엔날레 재단 대표로 선임돼 미술계 안팎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선임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박양우 전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가 지난 1월 학교 복직 등의 이유로 사퇴한 후 대표 자리가 5개월여 공석이었다. 재단 내부적으로도 광주비엔날레를 다시 살리기 위한 카드가 절실한 시점이었다. 1995년 창설 이후 20여년이 지나며 급성장했지만 현대미술의 대중화엔 아직 갈길이 멀다는 평가 때문이다. 실제로 첫 회 163만명이 다녀갔지만 이후 꾸준히 줄어 지난해 40만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박양우 전 대표님이 ‘미술계 사람 와야한다’고 저한테 연락하셔서, 사실은 다른 사람을 추천했었죠. 아트선재 등 하고 있던 일도 있었고, 비엔날레는 저에게도 무척이나 중요한 행사였으니까요.” 그러나 얼마 뒤 재차 제안을 받았고 이를 거절할 명분도 약했다. “상근직이라 그에 대한 고민도 컸는데, 남편이 등 떠밀었어요, 하하. 아이들도 이제 엄마를 미술에 뺏겼다고 푸념을 그만할 나이도 됐고요.”

이사회에선 만장일치로 김선정 이사를 대표로 선출했다. “그래도 여전히 이사회 회의때마다 지적사항이 나와요. 대표로 역할이 무겁죠.”

가장 시급한 문제는 단연 예산확보다. 국제행사가 7차례 이상 10억원 넘는 국고지원을 받으면 지원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몰제’ 때문이다. 올해부터 광주비엔날레도 그 대상이 됐다. 국비지원금이 30억원에서 12억원이 줄었다. 총 예산이 96억원임을 감안하면 적지않은 금액이다. 그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바로 오른 셈이다.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2012년에 공동감독도 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대표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다릅니다. 예산일몰제가 가장 큰 문제구요.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광주시 등 관련부처에 (일몰제 폐지를) 피력하고 있는데…쉽지 않네요.”

그럼에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구상은 크다. 3년 임기 안에 하드웨어적으론 비엔날레관 리노베이션, 컨텐츠상에선 상시프로그램 활성화를, 시스템적으론 재단 정비까지 마치겠다는 복안이다. “비엔날레관은 오래전부터 개보수 혹은 신축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광주시 7대권사업으로 선정됐지만 아직 진행은 미지수죠.”

당장 2018비엔날레도 비엔날레 홀과 아시아문화전당 등 두 곳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비엔날레홀은 역사가 있으니 이곳에선 일반인에게 조금 난해할지 모르나 현대미술의 정수를 보여주고, 아시아문화전당에선 좀 더 대중적인 작품과 기획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더불어 광주에 남을 수 있는 커미션작품을 제작하고자 하는 바람도 여전하다. “가능하다면 모든 큐레이터가 한 개 이상의 커미션 작품을 남길 수 있게 하고 싶은데…예산이 문제죠.” 


김선정 대표는 현재 비엔날레의 총괄큐레이터도 겸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사상 최초의 일이라 이에 대한 우려섞인 비판도 상당하다. 대표로 역할과 총감독의 역할이 엄연히 다른데 이를 함께 하면 질적 성공을 담보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런 우려를)모를리가 있나요. 늘 기사에 나오는데요 하하. 결국 결과로 이야기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정공법이죠.”

김대표가 내 놓은 나름의 해법은 다수감독제다. “샤르자 비엔날레나 상파울루 비엔날레등 최근의 해외 유명 비엔날레는 1인 감독체제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다들 단일 감독제에 대해 바꿔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걸 느끼는 시기죠. 2018 광주비엔날레에 참가하는 총 11명의 큐레이터는 사실개인 하나하나가 감독을 해도 될만한 사람들이죠. 그런데도 동의하고 큐레이터로 들어오기로 해 고마울 따름입니다.”

11명의 큐레이터에는 클라라 킴(테이트모던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틴 Y 킴·리타 곤잘레스(LA 카운티미술관 큐레이터), 그리티야 가위웡(짐 톰슨 아트센터 예술감독), 정연심(홍익대 교수), 이완 쿤(홍콩대 교수), 데이비드 테(싱가포르대 교수), 문범강(조지타운대 교수), 김만석ㆍ김성우ㆍ백종옥이 이름을 올렸다. ‘상상된 경계들’이라는 주제 아래 각각의 전시를 준비한다. 특히 문범강 큐레이터는 최근 국제적으로도 이슈가 되고 있는 북한미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전까지 보여줬던 북한미술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한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의 정수를 대형 집체화를 포함한 40여점의 조선화로 선보인다. 총괄큐레이터인 김선정 대표의 역할은 ‘편집’이란다.

“11명의 큐레이터가 저마다 만든 챕터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는 개념이죠. 저는 최종 편집과 예산 확보를 위주로 작업을 지원합니다.”

큐레이터들 모두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이들이나, 아시아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인이 총감독을 했고, 2012년을 제외한 최근까지 모두 아프리칸 어메리칸, 이태리 출신 미국인 등 서양 큐레이터들이 총감독을 했지요. 2018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 출신들이 이야기하는 아시아의 비엔날레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역비엔날레의 한계이자 문제점으로 지적된 지역작가 쿼터제에 대해서도 그는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김대표는 “광주 작가들이 성장하는데 광주비엔날레가 거쳐가는 길이 돼야한다”며, “지금까지 지역작가 참여가 적었다. 지역과 연계가 없으면 성공적 비엔날레가 되기 힘들다”고 단언했다. 해외 비엔날레도 점점 지역색이 강해지듯이 오히려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소만 광주고 외국작가들이 와서 작품을 공개하는 건 이젠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그는 “지역작가라고 퀄리티가 낮다는 것도 편견”이라며, “문제는 어떻게 작업을 (전시에 맞게)발전시킬 것이냐는 지점인데 이는 큐레이터와 작가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작가들의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작업과정을 공개하는 스투디오 방문프로그램부터 매달 철학적 강의와 논의를 이어가는 강연프로그램(GB토크)등이 실행중이다.

광주 작가를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고, 비엔날레 컨텐츠를 구상하며 동시에 예산문제까지,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연임해도 다 정리하지 못할 일들이다. “어휴 연임은요…임기 끝나면 당분간 좀 쉬고싶을 것 같아요”. 3년이란 시간동안 김대표는 ‘Do it’에 매진할듯 하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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