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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사드 완전봉인 감성외교 카드는 ‘동병상련’?
-방중 첫날 내내 ‘난징대학살’ 비중있게 언급
-양국 역사 공통분모 찾아 동질성 강조 전략
-지난 6월 첫 美 순방 때 ‘장진호 전투’와 유사
-일각선 “수많은 中침략 상처…부적절” 비판도


[베이징=김상수 기자] ‘동병상련(同病相憐)?’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갈등을 ‘완전 봉인’하고 한중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방중 감성외교 카드로 꺼낸 건 ‘난징대학살’이다. 첫 미국 순방 때 택한 ‘장진호 전투’와도 유사하다. 14일 취임후 세번째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주요국과의 역사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고 이를 우호적인 정상회담의 마중물로 활용하는 외교 전략이다. 결론적으로, ‘난징대학살’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완전 봉인의 마중물이 될지가 관건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방중 첫날 내내 난징대학살을 언급했다. 재중국 한국인 간담회, 한중 비즈니스 포럼 등에서 잇따라 난징대학살을 비중 있게 거론했다. 한국 대통령이 난징대학살을 언급하며 양국 동질성을 강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를 애도한다”, “목숨과 존엄함을 어떤 이유로든 짓밟아선 안 된다는 게 인류 보편의 가치”라고 표현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동북아도 역사를 직시하는 자세 위에 미래의 문을 열어야 한다”며 일본의 과거사 태도를 겨냥한 발언도 내놨다.

13일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청와대는 난징대학살에 대한 중국 정서를 감안, 고민 끝에 이 발언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참석하는 일종의 국가적 제삿날이고, 중국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추모행사가 있었기에 대통령도 관련 발언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도 고민 끝에 직접 관련 내용을 연설문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영민 주중 대사를 공항 영접 대신 추모식장에 가도록 지시한 것도 문 대통령이다.

이번 ‘난징대학살’ 카드는 앞선 미국 순방의 ‘장진호 전투’를 연상케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방미길 첫 일정으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했다. 기념비가 제막된 후 한국 대통령이 이를 방문한 건 처음이었다. 장진호 전투는 한국전쟁 당시 가장 혹독한 전투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당시 “피난민의 아들”임을 강조하며 개인사와 장진호 전투와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장진호 전투는 한미정상회담으로까지 주요 화두로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당시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연설을 거론하며 “매우 훌륭하고 감동적인 연설이었다. 칭송 얘기를 여기저기서 들었다”고 치켜세웠다. 자칫 경직될 수 있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장진호 전투는 ‘아이스브레이킹’ 역할을 톡톡이 수행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고심 끝에 ‘난징대학살’을 언급한 건 이 같은 ‘감성외교’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한중 양국의 역사적 공통분모를 강조하면서 한중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한층 우호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우리 정부로서도 내심 ‘난징대학살 발언’을 통해 시 주석이 한층 우호적으로 한중정상회담에 나오길 바라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처럼 시 주석이 문 대통령의 ‘난징대학살 발언’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는 식으로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

관건은 중국의 태도다.

우리 정부로선 난징대학살을 택하면서 외교적 부담을 감수했다. 한일 관계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을 자극할 수 있다는)생각을 안 할 수는 없지만, 국가적 제사가 있는 상황에서 발언을 안 하는 것도 이상한 것”이라고 전했다. 외교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우호적인 카드를 꺼냈지만, 사드 ‘봉인’처럼 우리 정부에 시급한 과제에 시 주석이 얼마나 우호적으로 임할지가 관건이다.

한편, 국내 일각에서는 사드갈등 봉합과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지원, 경제ㆍ문화 관계 정상화 등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역사적으로 병자호란 등의 숱한 도발로 우리 국민들에게 일본 못지 않은 상처를 입힌 중국에 대해 우리 대통령이 ‘동병상련’식의 외교적 접근을 한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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