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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방중 D-1] 형식은 ‘國賓’ 현실은 전쟁터 가는 ‘將帥’
사드 이견으로 공동언론발표 마저 무산
손님 불러놓고 자리비우는 시진핑 주석
대북 제재·평창 방문 이끌어내기 힘들듯


중국은 한국의 ‘노붕우(老朋友, 오래된 친구)’가 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취임 후 처음으로 방중에 오른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 정부는 ‘노붕우’로의 관계 회복을 소원한다.

하지만 분위기는 녹록지만은 않다. 중국 지도부나 현지언론 등이 연이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3불(三不)정책 등을 앞세워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노붕우’의 방문을 고대하기보단, 마치 벼르고 있단 인상마저 풍긴다.

11일 공개된 중국 관영 CCTV와 문 대통령의 인터뷰는 이 같은 중국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방중을 목전에 둔 시기에CCTV는 이날 총 8개 질문 중 3개를 사드에 할애했다. 사드는 양국이 ‘봉인’했다고 발표한 현안이다. 이 발표가 무색하게 CCTV는 3개의 사드 질문을 연속해 문 대통령에게 물었다. “정상궤도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고자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등을 물었다.

특히 뒤이어 3불정책(사드 추가 배치ㆍ미국 미사일체계 편입ㆍ한미일 군사동맹 불가)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말에는 반드시 신용이 있어야 한다. 어떤 노력을 할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는 질문은 사실상 노골적인 압박이다. 문 대통령은 시드 도입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며 “역시사지”를 강조했다. 우리도 중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중국에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원론적 답변을 반복해 내놓을 수밖에 없는 우리 정부다.

중국으로 떠나는 문 대통령의 어깨는 무겁다. 형식은 국빈이지만, 분위기로는 전장을 향하는 장수(將帥)에 가깝다. ‘봉인’되길 바랬던 사드는 사실상 ‘미봉’된 상태다. 사드 이견의 여파로 한중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이나 공동언론발표도 끝내 무산됐다.

북한의 ‘화성 15형’ 발사로 재차 한반도 위기가 고조됐지만, 대북 원유중단 촉구 등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을 이끌어 내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평창 동계올림픽 흥행을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절실하지만, 이 역시 시 주석이 확답을 내놓을지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최근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2500억달러, 한화 280조원에 달하는 투자 무역 협정을 체결하며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 자금성을 통째로 비운 채 트럼프 대통령에게 ’황제 의전’을 선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색이 만연했다.

문 대통령 역시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다. 이번 방중에서 우리 정부는 260여명 규모의 경제인단을 동행한다. 역대 해외순방 경제사절단 중 최대 규모다. 역대급의 대(對)중국 투자 선물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 기간에 중국 경제를 좌우하는 리커창 총리와 오찬을 추진했으나, 중국이 이와 다른 면담 일정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이 방중하는 13일 난징 대학살 기념식에 참석, 베이징을 비울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국빈을 맞이하는 중국의 온도 차는, 그리고 방중을 준비하는 한미 양국의 온도 차는 부인할 수 없는 냉정한 국제현실을 반영한다.

문 대통령이 얻어낼 성과는 이 같은 한계 위에 있다. 이 역시 우리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빈이란 이름 아래 ‘전장’으로 떠나야 할 문 대통령이다. 취임 초부터 유례없이 험난한 외교전장을 누벼온 문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가장 중요한 전장을 앞두고 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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