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직장인들 “급식체만 있나요?” 디벨롭·컨펌 등 급여체 공감
업무서 은어·줄임말 일상화

한 중견기업 인사팀에 근무하는 직장인 이모(28) 씨는 갓 입사한 신입사원으로부터 이메일을 받고 깜짝 놀랐다. 사소한 내용의 메일에까지 ‘컨펌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붙여 보내왔기 때문이다. 같이 점심을 먹자는 내용의 메신저에까지 비슷한 문구를 붙여 보내자 이 씨는 신입사원에게 누가 시킨 것은 아닌지 물어보기까지 했다.

신입사원은 이 씨의 물음에 “회사에서 자주 쓰는 이른바 ‘급여체’를 붙이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답했다. 이 씨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회사에서 쓰는 말들이 ‘급여체’로 분류됐다”며 “공감 가는 부분도 있지만, 직장 내 말투가 희화화된 것 같아 쓰기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의미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줄임말을 사용하거나 유행어를 사용하는 이른바 ‘급식체’와 마찬가지로 직장인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급여체’가 공감을 얻고 있다. 급여체는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 청소년들처럼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이 업무에서 주로 쓰는 은어로 이뤄져 있다. 대부분 회사 안에서 쓰이는 ‘콩글리시’ 등 정체불명의 은어지만,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알고 보니 나도 급여체를 쓰고 있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급여체 중 상당수는 ‘컨펌’이나 ‘디벨롭’, ‘개런티’같은 영어 표현이다. 해외 성공 사례 등을 찾는다는 뜻의 ‘아이데이션(ideation)’ 같은 아예 잘못된 표현도 있다. IT업체에서 일하는 직장인 허모(35) 씨는 “내용이 부실해 보완해야 한다는 뜻의 ‘디벨롭해주세요’는 실제 업무현장에서 많이 쓰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표현이 어디서 왔는지도 모른 채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어서 때로는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급여체로 알려진 ‘넵병’에 대해서도 직장인들은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넵병’은 상사의 대답에 긍정의 표시로 ‘넵’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4년차 직장인 박모(29ㆍ여) 씨는 “단체 카톡방이 생기면서 상사의 말에 대답을 해야 하는데, 같은 말을 반복하면 성의없어 보여 ‘네’라는 표현을 쓰다가도 ‘넵’이라는 대답이 자주 나오게 된다”며 “‘넵병’은 직장인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급여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놨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급여체와 같은 은어나 줄임말도 넓게 보면 우리 언어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구성원이 아니면 알기 힘들다는 점에서 급여체도 은어로 볼 수 있지만, 바람직한 사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