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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행정적폐’ 피해 사례?…이천시 김모 사장 케이스
‘2015년 새 공장을 짓기로 한 그때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천시에서 제조업을 하는 김모 대표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자문한다. ‘그냥 그대로 지냈으면 별일 없었을 텐데…’, ‘좀 더 좋은 여건에서 수주도 늘리고 잘해보려 했던 게 나빴던 걸까’ 문득 울화통이 치민다. ‘그저 하라는 대로 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순간 한숨이 터진다.

모든 건 2015년 어느 날 김 대표가 공장을 새로 짓기로 결심한 순간 시작됐다. 좋은 시설을 지어 기업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가슴은 부풀었다. 지자체 상담과 컨설팅 업체 자문을 얻어 6만㎡ 이하 소규모 산업단지 건설 방식으로 공장을 짓기로 했다. 모든 절차는 이천시의 확인을 구해 진행됐다. 2016년 8월 이천시 도립리에 70억여원 들여 땅을 샀다. 이천시는 경기도와 국토교통부 등 합의를 모두 거쳐 2017년 4월 마침내 ‘승인 통보’를 보내왔다.

김 대표는 용역을 맡겨 세부 공장 설계를 마무리하는 등 착공 준비를 서둘렀다. 2018년 말 새 공장 준공 예정일에 맞춰 이사할 수 있도록 기존 공장을 팔았다. 그런데 지난 8월22일 이천시로부터 날벼락 같은 통보가 날라 왔다. ‘도립일반산업단지계획 승인신청서 반려통보’. 수도권 상수원 규제 관련 ‘환경부 고시 제2016-150호 제15조’에 따라 환경부가 승인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악몽이 시작됐다. ‘지자체가 하라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2년 가까이 무수한 행정 절차를 거치면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왜 뒤늦게 이러시나요?’, ‘우리가 추진하는 지역에 똑같은 방식으로 공장이 설립돼 운영되고 있는데 왜 우리만 규제하나요?’ 환경부에, 지자체에 번갈아 가며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어쩔수 없다’였다.

더 화가나는 건 환경부 태도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이천시 등 상수원 보전지역에서 산업단지 공장 허가가 난 건 단순한 실수”라고 쿨하게 잘못을 시인했다. 이 지역에선 김 대표와 똑같은 조건의 공장이 이미 5군데나 허가됐다. 그러면 그걸 보고 사업을 추진한 업체는? 중앙정부의 업무 패턴에 따라 무작정 지역 중소기업 공장설립을 추진하도록 이끈 지자체는? 그러다 생긴 지자체의 신뢰 하락과 민간의 피해는? 누구도 책임있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환경부와 이천시는 최근 관련 고시 개정하려고 제도개혁 협의회를 만들어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들도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행정적폐!’ 김 사장의 사연을 들은 이천시 지역구 송석준 의원 등 주변 인물들은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정 업무 하나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사는지 잘 느끼지 못하는 거 같다”며 분노한다. ‘아니면 그만’이라는 태도에 진저리가 난다고 한다.

김 대표는 결국 이천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걸었다. 가만히 앉아 수십억원을 날릴 수 없는 노릇이어서다. 수원지법 행정법원은 이달 21일 이에 대해 선고한다. 김 대표는 잠도 못잘 정도로 초조하다. 개인이 정부 기관을 상대하는 소송에서 이기기란 쉽지 않아서다. 그래도 김 대표는 희망을 건다 “법원에라도 하소연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젠 기다려 봐야죠.”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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