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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의 그늘’ 짙은 연말 유통가는 지금] “명동거리 무슬림이 더 많아…요우커 귀환은 아직 멀었죠”
“중국인들이 조금 늘긴 했어요. 그래도 예년 절반만도 못해요. 요즘은 중국어 말고 태국어 인사를 더 많이 쓰는것 같아요.”(명동 노점 상인),

“새해엔 좀 낫겠지요. 우리 가게 앞에도 ‘招女職員(여직원 구함)’ 붙였어요.”(명동 한 화장품 가게 매니저)

‘중국인지 한국인지’ 모를 정도였던 명동이 잠잠해진지 오래다. 지난 3월 한한령(한류 및 한국단체관광 금지)으로 본격화된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명동은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한중관계가 해빙국면에 접어들며 국내 여행업계와 유통업계가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는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2017 유통가 연말이 이처럼 고전하고 있다. 사드보복에다가 불황의 그늘이 좀처럼 가시지 않으면서 연말 유통가는 매출 확대를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련기사 18면

지난 주말 명동 거리. 불황을 잊은듯 중앙로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그러나 요우커보다는 태국 등 동남아계열의 관광객이 주를 이뤘다.

지난 10일, 주말을 마무리하는 일요일 오후 5시30분께 명동거리는 대낮을 방불케할만큼 밝았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장식이 어두컴컴한 하늘 아래 차갑게 빛났고 사람들은 부나방을 쫓듯 넘실거렸다.

시민과 관광객이 몰려든 명동은 ‘불황을 잊은 도시’였다. 그러나 언론에서 ‘요우커 귀환’을 대대적으로 알렸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중국인은 드물었다. 대신 동남아계열의 관광객이 명동거리를 주름잡고 있었다. 한국의 추위가 두려운듯 갑옷같은 외투와 모자, 목도리, 장갑까지 빈틈없이 완전무장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가 올해 1월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인천공항 출입국자를 집계한 결과, 중국인 방문객은 전년 동기보다 38.8% 급감(206만3167명)했다. 반면 태국인, 홍콩인, 대만인 등 동남아 국가 이용객은 작년보다 각각 14.8%, 9.6%, 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즈구이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노점 상인 A 씨는 “여름 가을까지도 진짜 죽을 맛”이었다고 토로하며 “다 죽어가는 명동을 동남아 사람들이 살렸다”고 했다.

노점 뒤켠에서는 동남아 관광객들이 스파(SPA)브랜드 쇼핑백을 발 아래 늘어두고는 노점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메뉴는 흡사 뷔페처럼 다양했다. 떡볶이 만두 등을 비롯해 로브스터구이(1만5000원), 잡채(5000원), 씨앗호떡(2000원), 계란빵(2000원), 문(어)꼬치 등 다국적 메뉴가 쉴새없이 펼쳐졌다. 높은 명동의 임대료 만큼이나 결코 싸지않은 가격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따로 있었다. 노점 다수가 ‘HALAL’(할랄ㆍ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음식) 마크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새우구이, 회오리감자, 케밥 노점에 ‘할랄’ 마크가 부착돼있었다. 주인에게 ‘할랄 인증을 받은 것이냐’고 물었더니 ‘우리는 고기를 안쓰니까 할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슬람식에 위배되는 조리 과정과 유통을 엄격하게 금하는 할랄푸드의 정의가 무색했다.

연말 분위기가 고조된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에는 면세점을 제외하곤 중국어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롯데백화점 명동본점에서 안내를 맡고 있는 박모 씨는 “요우커가 늘어나긴 했지만 20~30% 수준 정도”라며 “면세점은 늘 만원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다이궁(代工ㆍ면세품을 대량으로 사들여 되파는 보따리상)으로 일반 관광객은 아니다”고 했다.

작년 중국인 방문객 1인당 지출경비는 약 2595달러였다. 여타 국가까지 합친 전체 해외관광객의 평균 지출액 1625 달러보다 60%나 높은 액수로 유통업계 제일의 ‘큰손’이다.

김지윤 기자/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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