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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호 차단하는 사이 ‘새 회선 개설’…뛰는자 위에 나는 ‘보이스피싱’
직장인 A(30ㆍ여) 씨는 지난달 대검찰청 수사관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보이스피싱 전담 수사관이라고 말한 그는 A 씨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돼 이용이 정지되게 생겼으니 미리 돈을 빼서 안전한 곳에 맡겨두라고 지시했다.

A 씨는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아는 상대방의 말에 속을 뻔했지만,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수사관의 말을 듣고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A 씨가 지시를 따르지 않자 상대방은 문자를 통해 대검찰청 홈페이지 주소를 보내줄 테니 범죄 피해 내역을 조회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관이라는 사람이 보내준 인터넷 홈페이지는 교묘하게 위장된 가짜였다. 가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넣어도 계좌조회 결과가 나오는 걸 확인한 A 씨는 해당 전화번호를 보이스피싱 의심 번호로 금융당국에 신고했다. 정부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전화번호를 차단하는 등 근절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보이스피싱 범죄는 좀처럼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번호를 차단하더라도 새로운 번호를 구입하는 과정이 더 빨라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도입된 보이스피싱 이용 전화번호 차단 요청 건수는 지난해 271건에 그쳤지만, 올해는 지난 9월까지 1968건에 달한다.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과 금융당국도 지난해 보이스피싱 번호 차단 제도가 도입되면서 이용번호 차단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보이스피싱 피해는 올해 증가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월 평균 보이스피싱 피해액 규모는 173억원에 달해 지난해 평균(160억원)보다 8.1% 늘어났다.

의심 전화번호를 신고한다고 해서 곧바로 번호가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 기관이 해당 번호가 실제 보이스피싱에 이용됐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번호 변조가 확인되면 즉시 차단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차단에 걸리는 시간보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새로운 회선을 이용해 번호를 변조하는 게 더 쉽고 빠르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를 받더라도 보이스피싱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경우에는 신고를 잘 하지 않는다”며 “중국에서 새로 유통되는 번호가 차단 번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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