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미 정보당국, 김정은을 이성적 행위자로 판단”
-WSJ 보도…북핵 대응 ‘외교적 수단’인 근거
-‘말싸움’ 하면서도 행동 않고, 트럼프 순방 때 도발 자제
-美 전직 관료 “합리성 믿음 없으면 선제 행동 했을 것”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미국의 정보기관과 군 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이성적 행위자(rational actor)’로 믿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 정보당국이 김 위원장을 비이성적인 인물로 평가했다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군사적 행동을 이미 했을 거란 얘기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정부 당국자들은 김 위원장이 미국 또는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어떤 공격도 북한의 안보와 자신의 권력 장악에 위협이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미 정부가 외교를 통해 김 위원장의 행동을 바꾸고 전쟁 위협의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근거라고 WSJ은 분석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관과 군 당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이성적 행위자’로 간주하고 북핵에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을 비이성적인 인물로 평가했다면 미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군사적 선제 행동을 이미 했을 거라고 미군 전직 관료는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2일 한 포럼에서 “김정은은 국내외에서 자신의 입지가 얼마나 취약한지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우리 정보기관들은 김정은이 이성적이라고 말한다”고 언급해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미 정보당국이 김 위원장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근거는 핵ㆍ미사일 개발과 관련 더 위험한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었지만 매번 그런 위험까지는 감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말폭탄’을 주고 받으며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을 하진 않았고, 중국의 제19차 당대회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간엔 도발을 자제하기도 했다.

한 미군 관계자는 북한이 75일 동안 도발을 자제하다 화성-15형을 최근 발사한 것으로 두고 “그는 더 일찍 시험발사를 할 수 있엇지만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렸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시험 발사를 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정보 당국자들은 처음부터 김 위원장을 합리적 행위자라고 판단하진 않았지만 2012년 생각을 바꿨다. 당시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인해 국제사회의 제재와 규탄을 받자 미국을 겨냥해 위협 수위를 올리다 갑자기 도발을 멈췄기 때문이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그는 (2012년에) 뭔가를 배웠다. 불을 지폈지만 더 키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병력을 증강ㆍ이동하거나 미군 항공기와 함선에 도발적인 움직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 역시 김 위원장의 합리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혔다.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식도 ‘김정은은 이성적’이라는 전제를 기초한다고 WSJ는 보도했다. 폼페이오 국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최근 포럼에서 “미국의 노력은 경제ㆍ외교적 수단에 의존한다”고 천명한 것 역시 김 위원장이 이성적이라는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발언이라고 복수의 군 관료들은 설명했다.

한 전직 관료는 “우리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김정은을 협상이 가능한 상대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지금쯤 선제적으로 뭔가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도 김 위원장의 합리성에 대해 미국과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고 WSJ는 보도했다. 2014~2015년 대북 협상에 참여했던 한국 정부의 전직 최고위 관료는 “김정은 치하에서 북한의 협상 접근법은 합리적이고 세심히 계획돼 있었다”며 “김정은의 리더십은 기대했던 것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이성적이라는 사실이 그가 잔인하거나 도발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니라고 WSJ는 강조했다. 정보당국의 한 고위 인사는 “국민이 굶주리는 동안 핵무기를 시험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핵무기가 중요한 생존 수단이라고 믿는다면 그렇게 비합리적인 행동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ye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