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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관료조직이 움직여야 한다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대응은 빨랐다. 낚싯배 침몰사고가 접수된 지 52분 만에 사고 관련 보고를 받고 “구조작전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2시간 뒤 위기관리센터를 찾은 문 대통령은 “현장 지휘관을 중심으로 구조작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면서 지휘체계를 일원화했다. 문 대통령의 대응이 빛나는 것은 세월호 참사 당시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우왕좌왕했던 정부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7시간 동안 사라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책임을 자임하는 부분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 국가의 책임”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이야말로 현 정부가 이전과 얼마나 다른 철학과 태도를 갖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박근혜 청와대는 국가의 책임은 고사하고 컨트롤타워 역할마저 부인하지 않았는가. 일부에서는 단순 사건사고까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은 과도한 발언이라고 비난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존재이유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크게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문제는 현장이 늘 대통령의 기대처럼 돌아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해경의 대처는 한심한 수준이었다. 낚싯배로 5분 거리를 고속단정은 30분이 걸렸다. 긴급출동해야 할 보트가 여러 척의 민간선박에 묶여 있어 밧줄을 풀고 출동하는데 20분이 소요됐다고 한다. 소방차를 2중, 3중으로 주차하는 아파트 주차장에 방치한 셈이다. 실제 수중수색을 할 수 있는 잠수요원을 실은 구조대는 1시간20분이나 지나 도착했다. 신형고속정은 정비중이었고 구형은 야간항해장비가 없어 우선 육로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비상출동 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는 얘기다. 더 많은 승객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인천해상교통관제센터(VTS) 역시 사고 예방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충돌 위험이 있을 경우 사전에 경고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 무선으로 사고를 접수해서 해경에 알렸을 뿐이다.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해경은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곤혹을 치룬 정부기관이다. 그럼에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조직해체에 가까운 징계를 받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정치적으로 해체되었지만 기능적으로는 해양안전본부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해경 해체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했지만 왜 해경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조치가 없었다. 일부에서는 예산과 인력부족을 탓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문제가 단지 해경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정부기관이 국민이나 대통령이 기대하는 만큼 유능하게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사람들이 무능하다는 것이 아니다. 조직적으로 무능하다는 얘기다. ‘조직적 무능’이 발생하는 이유는 복잡하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많은 해법을 제시해 두었다. 문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현장에서 구체적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책목표가 무엇이든 관료조직이 함께 움직여야 실현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대통령도 잘 알고 있겠지만 관료조직은 그냥 시킨다고 돌아가는 조직이 아니다. 수만 가지의 이유와 핑계로 직무수행을 미룰 수 있는 게 이들이다. 이제 정부 인사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고 예산도 통과됐다.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시작이 반일지 모르지만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이제 관료조직이 움직여주어야 한다. 현 정부의 성패도 여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회한 관료조직을 움직이기 위한 치밀함과 영악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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